완전한 ‘이재명 私黨’ 된 민주당[이현종의 시론]

2024. 4.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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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외교전문가도 방탄 현장 동원
대북 송금 방탄에 李 총력전
선거 압승도 유죄 판결 땐 흔들
이화영 술판 진술 오락가락
수사 검사 탄핵·특검 카드도
다양성 없는 黨 단일성은 독약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과 박찬대 최고위원 등 현역 의원과 22대 총선 당선자 등 30여 명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로부터 ‘술판 진술 조작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이 즉각 감찰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검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읽은 당선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주러시아 대사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제22대 국회에 들어온 위성락 당선자다. 성명서 낭독이 익숙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북핵 전문가인 위 당선자의 첫 정치인 데뷔 무대가 대검 청사가 된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외교 현장보다는 이런 집회나 시위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그를 더 자주 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방송 3사 예측 결과 발표가 날 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웃지 않았다.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TV를 응시했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그가 정말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선거가 아닌 다른 곳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총선 직후 이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전인 지난 4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재판에서 제기한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100% 사실”이라며 국기 문란이라고 강하게 제기했다.

재판을 취재한 현장 기자들도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워낙 황당해 기사로 보도하지 않을 지경이었는데 이 대표는 달랐다. 이후 거듭 이 문제를 지적하며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언급했고, 당도 이런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화영 진술회유 특별대책단’을 거당적으로 만들어 연일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이성윤 당선자, 대장동 변호사 당선자 등 의원·법조인 출신 당선자가 총망라됐다.

아무리 의석이 많은 당의 대표라고 해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장동·백현동, 위증교사, 선거법 재판 중 하나라도 유죄가 나오면 피선거권을 상실하고 대선의 꿈은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직 수사나 기소가 되지 않은 대북 송금 문제는 이 대표에겐 아킬레스건이다. 작년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부장판사도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선 “대북 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오는 6월 7일 내려질 이 전 부지사의 선고(15년 구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이 대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전 부지사가 번복했지만, 800만 달러에 이르는 대북 송금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하면 바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도 본인이 살 수 있는 것은 이 사건을 정치화하고 검찰을 공격하는 방법밖엔 없다. 그런데 작년 6월 말∼7월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연어와 소주를 수원지검 내 영상녹화실, 창고, 검사 휴게실에서 먹었다는 주장은 판판이 검찰의 반박에 흔들린다. 이 전 부지사 측도 처음엔 술을 많이 먹어 깨기 위해 한참 있다가 구치소로 갔다고 했다가 이후 종이컵에 담긴 술 냄새만 맡고 먹지 않았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다. 술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자 22일엔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자신을 회유했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사건을 또 키우고 있다.

이화영 주장이 워낙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면서도 민주당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사 검사 탄핵도 하겠다고 한다. 방탄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당직도 전부 ‘찐명’으로 채웠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앞으로 민주당 내 어떤 인사도 이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정권과 악의적 보수 언론이 만든 용어인 ‘사법 리스크’를 사용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공개 경고했다. 옆에서 이를 들은 이 대표는 아주 흡족했을 것이다. 사법 리스크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제 민주당의 분위기는 김정은의 조선노동당을 닮아가고 있다.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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