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결자해지 野 책임[뉴스와 시각]

김만용 기자 2024. 4.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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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주방가전·가구 전시회인 '디자인위크·유로쿠치나 2024'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유럽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은 아시아 기업은 중국 하이얼이었다.

국내 가전기업 고위 임원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중국 기업에 추월당하는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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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산업부 부장

지난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주방가전·가구 전시회인 ‘디자인위크·유로쿠치나 2024’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유럽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은 아시아 기업은 중국 하이얼이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한국 기업보다 하이얼 부스를 찾은 유럽인이 더 많았다. 기자가 취재 기간 방문한 시내 상점,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중국 브랜드의 TV와 에어컨, 냉장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전 강국인 한국에서조차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프리미엄 대접을 받는 상황인 것을 보면 해외에서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 중국 제품의 장점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젠 ‘디자인’과 ‘내구성’, 여기에 ‘창의적 아이디어’까지 착착 장착되고 있다는 게 밀라노를 찾은 한국 기업인들의 공통된 소감이었다. 실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밀라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기업들이 개성 있게 잘한다.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으며,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하이얼은 과거 우리가 했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고 있어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반응했다.

막강한 자본력과 인해전술, 정부의 강력한 지원, 거대 내수 시장을 갖춘 중국 가전의 굴기는 예고된 일이다. 그러나 유독 최근 한국 기업과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는 듯하다. 국내 가전기업 고위 임원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중국 기업에 추월당하는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입하는 중국에 비해 한국의 산업 현장은 과거와 같은 열정과 스피드가 실종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8년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의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였다. 장시간 근무의 과로를 막아 근로자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 안팎에선 연구·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몰입 근무가 필요하든 안 하든, 성과 보상과 목표 달성을 위해 근로자 스스로 추가 근무를 희망하든 안 하든, 법이 나서 근로시간의 한계를 그었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계속 이어져 왔다.

외국계 기업 근로자들은 고임금을 받고 ‘워라밸’까지 즐기고 있다는 것은 사실 환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구글 등 세계적 빅테크 기업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그 대신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확실한 경제적 보상과 복지, 휴가, 고용 안정 등으로 답을 하면 되는 것이다. 6년 전 집권 여당으로서 우리 기업에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의 족쇄를 채운 민주당은 지난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사실상 ‘집권 여당’으로 복귀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대한민국 기업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도 야당의 손에 놓이게 된 셈이다.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수권 정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돌아보고 책임감 있게 나라의 미래를 살펴봐야 한다. 기업에 혁신의 날개를 달아줌으로써 결코 경제에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정권 탈환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민주당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김만용 산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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