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 상상[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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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상이 너에게 닿는다면 좋겠다./ 너에게 닿은 나의 상상이/ 낮에는 세상에 단 한 벌뿐인 옷이 되어 너를 아름답게 하고/ 밤에는 새털 같은 이불이 되어 밤보다 깊고 아름다운 잠으로 너를 데려가주면 좋겠다.'
"나는 버스에선 책을 읽지 않아. 창밖이 더 좋아. 세상은 거기에 있거든." 선배의 그 말이 상상력을 이야기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와 짐작해본다.
이 세계에 필요한 힘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란, 바깥을 더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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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상이 너에게 닿는다면 좋겠다./ 너에게 닿은 나의 상상이/ 낮에는 세상에 단 한 벌뿐인 옷이 되어 너를 아름답게 하고/ 밤에는 새털 같은 이불이 되어 밤보다 깊고 아름다운 잠으로 너를 데려가주면 좋겠다.’
- 김중일 ‘시의 말’(시의 말 모음집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주말 이른 아침인데, 버스는 승객으로 가득하다. 앉을 자리를 찾아 기웃대다 포기하고 가까운 손잡이를 골라잡는다. 두어 정거장쯤 갔을까. 어린아이가 아빠의 손을 붙들고 버스에 올라선다. 귀엽다. 요즘은 정말 아기 보기 쉽지 않은 것 같아. 이런저런 생각에 웃음 짓다가 문득, 내가 기대했던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아기의 몸이 휘청 쏠려 넘어질 뻔했는데도 아무도 아기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기적이거나, 악의를 가졌기 때문이 아님을 안다. 그저,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주제넘게 큰소리를 내고 싶다. ‘고개를 들어 주세요. 아기가 있어요. 자리를 양보해주실 분 계신가요?’ 하마터면 실행할 뻔했다. 때마침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주지 않았더라면. 대학 시절, 한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버스에선 책을 읽지 않아. 창밖이 더 좋아. 세상은 거기에 있거든.” 선배의 그 말이 상상력을 이야기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와 짐작해본다.
이 세계에 필요한 힘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란, 바깥을 더듬게 한다. 입장을 바꿔 보게 하고 타자를 이해해보게 한다. ‘내’가 ‘너’를 힘껏 안아주고 ‘너’의 온기가 ‘내’게로 전해져 함께 따뜻해지려는 노력이다. 혼자서는 키울 수 없는 능력이다. 우리가 되어야 생기는 근육이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상상의 여지를 가진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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