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비움의 공간' 안동 락고재 하회

이세영 2024. 4. 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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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예로부터 '문인의 고장'으로 불린 안동에는 한옥과 한옥 서원이 많이 남아 있다. 서울에서 남동쪽으로 25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3시간 30여분은 가야 하는 하회마을은 안동을 상징한다.

지난 1999년 4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한 이후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대중의 이목을 끈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고 흐른다고 해서 '하회'(河回)라고 부른다.

이 마을에는 전통 한옥이 잘 보존돼있다. 창호지 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아침의 고요함, 그리고 텅 빈 안마당을 품은 한옥에 머물다 보면 삶의 번잡함을 자연스럽게 비워내게 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비움의 가치는 현대인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비움은 회복이자 몸과 정신의 균형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비움을 체험하고 자연에 동화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한옥은 비움을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 창덕궁 전각 모습 그대로, 물길이 감싸 흐르는 한옥 호텔

하회마을 바로 옆에 들어선 '락고재(樂古齋) 하회 한옥 호텔 & 리조트'는 한옥의 이런 장점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회마을에서 느끼는 청취를 한 단계 높여 즐길 수 있는 비움의 장소다. 오는 7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전통 한옥 문고리와 전자식 도어락을 함께 설치해 전통을 보존하며 편리함을 더한 한옥으로 구성된 '락고재 하회'는 20여 채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 보물 제1763호 지정된 창덕궁 부용정과 더불어 애련정, 연경당, 낙선재, 관람정 등은 창덕궁 전각을 그대로 본떴다. 건물과 건물을 회랑(복도)으로 연결하는 대신 '독채형'으로 거리를 두고 지어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과 다른 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먹과 한지, 한국적 소재와 '비움과 채움'의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한국화가 홍푸르메(58)작가는 락고재를 보며 '나에 대해 아는 것', 즉 '메타인지'를 떠올렸다. 무엇인가에 집중해 정진할 때, 쌓인 경험과 지식을 비워야 비로소 '유레카(Eureka)'의 순간이 오는 것처럼, 이곳 안동과 락고재는, 새로운 창작이 가능하게 하는 '좋은 비움의 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품도 완전히 채워 보면서 진경산수, 실경산수 등 구상(具象)을 그려봐야 새로운 비움, 추상(抽象)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홍 화가의 말이다. 그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작가로 선정됐고,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도 전시한 바 있다.

◇ 한옥과의 인연 40여년, '필생의 역작'

안영환 락고재 대표에게 '락고재 하회'는 필생의 역작이다. 40여년 전 부동산업을 가업으로 물려받으며 한옥을 접한 안 대표는 지난 2003년 개관한 국내 최초 한옥 호텔 '락고재 서울 본관'을 시작으로 하회마을 초가 형태 한옥 호텔, 북촌 한옥 마을 '락고재 북촌 빈관', '락고재 컬쳐 라운지 애가헌'을 잇달아 열었다.

안 대표는 한옥과 우리 전통문화를 설명하며, 한국 문화의 가장 뛰어난 부분으로 '풍류'를 꼽았다. 그는 "동양 삼국의 문화 중 한국 문화의 우월성을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고민했고, 한국 고유의 '풍류'를 느끼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그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년 전부터 '한옥스테이'와 관련된 여러 시도를 해왔다.

그는 '풍류의 공간' 한옥을 'K컬처를 담는 큰 그릇'으로 정의한다. 안 대표는 "한옥에서 차를 마시고 저 산과 황토담을 바라보면서 비움을 경험한다"며 "자연과 함께하는 한옥은 K컬처의 완성이자 화룡점정"이라고 말했다. 한옥이라는 '하드웨어' 안에 한국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를 담아내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고급문화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 "해외 유수 박물관에 한옥 기증"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린다

한옥만큼이나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옥 호텔 방문객들이 고미술을 만져보고 사용하고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고미술과의 조화'도 추구한다. 그가 꾸준히 수집해온 무인석, 서예, 그림, 자기, 의자 등 미술품을 락고재 하회 내·외부에 장식해 놓은 이유이다.

'한옥을 통한 한류'를 꿈꾸는 안 대표는 해외 유수 박물관 내 한국관에 실내 한옥을 기증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꼽는다. 각 박물관에 공문을 보내 한옥 전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진정한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프로듀서 : 이동칠, 구성 : 민지애, 진행 : 유세진·홍푸르메, 촬영 : 김민규·권순·이수아, 웹 기획 : 임소연,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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