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시험장 우크라…구시대 전장 환경이 걸림돌

강영진 기자 2024. 4. 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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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표적 자동 지정하는 메이븐 프로젝트
1,2차 대전 방식 참호전과 전차전에 효과 제한
러와 우크라 기술 경쟁 치열…새 드론 효과 기대
[서울=뉴시스]인공지능(AI)로 구현되는 미국의 메이븐 프로젝트 전장 상황 지도를 현장의 지휘관이 태블릿으로 보고 있다. (출처=밀리터리·에어로스페이스 일렉트로닉스 홈페이지) 2024.4.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표적을 자동 지정하는 첨단 기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험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장의 구시대적 환경 때문에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현재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예측해 어느 지점을 공격할 지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으로 구현되는 커다란 도판을 보고 있다. 미군이 운용하는 메이븐 프로젝트(Project Maven)를 본 딴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21세기 첨단 데이터를 19세기 참호 전장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쟁을 치르면서 첨단 기술에 적응하고 있는 것도 신기술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요인이다.

전쟁 초기 전장 지배하던 미 지원 드론 무용지물

전쟁 초기 미국이 지원한 드론이 공중을 지배했지만 곧 무용지물이 됐다. 러시아군이 전자전 능력을 크게 강화해 방해 전파를 쏘면서 드론이 방향과 표적을 잃는 일이 자주 발생한 때문이다. 한때 정밀유도 능력으로 큰 위력을 발휘하던 최신 고속기동다연장로켓(HIMARS)조차 표적이 빗나가는 경우가 잦다.

이런 경험들에서 얻은 모든 교훈이 미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나토가 직접 러시아와 충돌할 경우에 대비한 작전 계획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교훈 가운데 한 가지가 구세대 참호전에 첨단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군사위성 네트워크를 스타링크의 소형 위성 네트워크와 유사한 형태로 완전히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크 밀리 전 미 합참의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이버 전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차 대전 때의 전차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때때로 1차 대전식 전투도 벌어진다고 밝혔다.

유럽 미군 기지 “소굴”에서 운영하는 메이븐 프로젝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천 km 떨어진 유럽의 미 군사기지에 미 군사 당국자들이 언급하길 꺼리는 “소굴(The Pit)”이라는 곳이 있다. 미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미 당국자들이 존재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곳이다. 바로 메이븐 프로젝트가 구현되는 현장이다.

메이븐 프로젝트는 6년 전 구글에서 처음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구글의 기술자들이 반대하면서 다른 기업들로 이관됐다. 한동안 정체됐던 개발 작업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현재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만 거의 60곳이다.

팔란티르라는 기업이 개발된 각종 알고리즘을 종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팔란티르는 각종 데이터를 결합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미 정부는 팔란티르사의 메이븐 프로젝트 초기 버전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과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적용했다. 군사 자원을 조율해 효과적으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미 국방부 합동인공지능센터장 잭 샤나한 소장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사람이 직접 처리하기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메이븐 프로젝트가 알고리즘 전쟁의 성공 사례가 되면서 국방부의 20여 프로젝트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를 통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실전을 통해 효과가 검증되진 않은 상태였다.

전장 초기의 어느 날 새벽 미군 최고사령관이 폴란드 국경 지대에서 우크라이나 고위 장성에게 메이븐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미군 사령관이 자동차에서 태블릿을 꺼내와 메이븐 프로젝트를 시현했다. 스타링크 단말기와 연결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태블릿에는 러시아 기갑부대의 움직임과 러시아군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 등 “소굴”의 운영자들이 입수하는 각종 정보들이 그대로 표시됐다.

미군 러와 직접 충돌 우려, 표적 방향만 우크라에 제공

우크라이나 군 장성은 미군이 우크라이나 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 군 지휘부는 자국군이 러시아군 점령 도시를 완전히 탈환한 것으로 믿고 있었으나 메이븐 프로젝트는 아직 점령하지 못한 것으로 표시했다. 우크라이나군 장성이 현장의 지휘관과 통화한 끝에 메이븐 프로젝트의 정보가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군 장성은 미군이 함께 싸워 달라고 매달렸지만 미군 장성은 전장 상황을 전달해주는 것까지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가 승리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러시아와 직접 충돌은 피하라는 엄격한 지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굴”의 운영자들은 우크라이나 군이 공격할 곳의 방향만 알려줄 뿐 정확한 위치 정보까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우크라군 메이븐 프로젝트 유사품 개발

그러자 우크라이나 군이 메이븐 프로젝트 유사품을 직접 개발했다. 상업 위성인 막사르와 플래닛 랩스의 영상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들을 결합한 것이다. 뒤에 드론이 촬영한 영상과 러시아군 병사의 휴대폰 사용이 표적을 정확히 집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전장이 구시대의 참호전으로 변화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메이븐 프로젝트는 전쟁 초기와 달리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즈음부터 우크라이나군의 기술적 우위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희생할 병력이 충분하고 높은 유가로 전비도 넉넉하며 중국이 핵심 기술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대량 생산하는 값싼 자살 공격 드론들도 곧 러시아에 생산량이 따라잡힐 위기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저렴한 인공지능 자율 조종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 대가 동시에 비행하면서 지상과 교신이 끊기더라도 드론들끼리 통신함으로써 방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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