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불황' 뚫고 갈 HMM 맏아들…'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첫 공개[르포]

금준혁 기자 2024. 4.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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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000TEU급 7호 HMM 함부르크호…엔진만 아파트 7층 높이
'독자생존'까지 생각해 초대형선 12척 발주…"2030년까지 선복량 150만TEU 확보"
HMM 함부르크호 2024.04.19/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부산=뉴스1) 금준혁 기자 = 선박에 연결된 53계단짜리 경사진 갱웨이(외부 계단)를 지난다. 선원에게 아이디 카드를 검사받고 입구로 들어가 문이 없는 선박 통로를 지나 다시 28개의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어퍼덱을 향하는 33개의 계단을 걷자 비로소 HMM 함부르크호의 덱 오피스가 보인다.

선박의 주 사무실인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쇠문을 당겨 6명 남짓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 네층을 올라가야 선박을 운항하는 '뇌' 역할의 브리지가 나온다. 높이만 33m에 달하는 선박의 브리지에 올라오니 컨테이너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크레인이 마치 테트리스 게임처럼 느껴진다.

HMM 함부르크호는 HMM이 지난 2018년 발주한 12척의 세계 최대 2만4000TEU(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중 2020년에 인도된 7호다. 35년차 베테랑인 함부르크호 이창인 선장은 "12척은 유럽에 있는 중요 항구의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유럽에 갈 때면 그만큼 자부심도 있다"며 "7m 파도가 와도 뚫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를 하역 중인 HMM 함부르크호 2024.04.19/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지난 19일, 중국 청두에서 부산신항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로 오전 5시쯤 막 들어와 화물을 하역 중인 HMM 함부르크호에 올랐다. 국내 언론에 2만4000TEU급 선박 내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함부르크호의 길이는 세로로 세우면 300m인 에펠탑보다는 길고 555m 롯데타워보다는 짧은 399.9m다. 아시아와 유럽의 길목인 수에즈 운하를 지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길이(400m)에 맞춰 꽉 채웠다.

이렇게 큰 선박이면 엔진도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오히려 엔진 크기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엔진을 비롯해 각종 기계장치를 총괄하는 최형도 기관장은 "다음 항구로 빠른 이동을 추구해 필요 이상으로 크게 엔진을 만들었던 예전에는 속도는 잘 나갔지만 기름값이 많이 들었다"며 "지금은 친환경 이슈에 대응해 엔진 사이즈를 줄여 탄소 배출은 줄었고 대신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HMM 함부르크호 엔진실 2024.04.19/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물론 2만4000TEU급 정도 되면 심장은 여전히 크다. 아파트 7층 높이라는 엔진은 밑으로 내려봐도 끝없이 이어졌고 마치 스포츠카의 엔진 같은 외관의 대형 실린더가 보였다. 정박 중인 선박임에도 엔진 소리는 서로 목소리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운항할 때는 이보다 커 항상 귀마개를 낀다고 한다.

엔진실 옆의 발전실은 더욱 후끈했다. 2만4000TEU급 선박은 일반 가정 200가구에서 여름 한 달간 쓸 전기를 하루에 쓴다고 한다. 기름때가 묻은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은 9명의 엔지니어는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24시간 지킨다. 최 기관장은 "지금 한국에서는 연소가 필요한 외부 공기가 시원해 내부 온도가 30도 정도로 유지되지만 수에즈 운하를 가면 40~45도가 된다"고 했다.

HMM 함부르크호 발전실 2024.04.19/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2만4000TEU와 12척의 숫자에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HMM이 이 시리즈를 발주했던 2018년 선복량은 40만TEU대에 불과했고 전략적 제휴를 맺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과의 계약이 끝나면 최악의 경우 해운동맹을 맺지 못할 위기였다.

아시아~유럽 노선 왕복에는 12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기선 서비스를 위해서 배가 12척 필요하고 노선을 혼자서도 유지하려면 6m 컨테이너가 2만4000개 들어가는 초대형선이 필요하다. 독자 생존까지도 염두에 두고 독한 마음으로 발주한 HMM의 2만4000TEU급 12척은 HMM이 위기를 딛고 코로나19 기간인 2022년에는 10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는 주역이 됐다.

HMM(011200)이 속한 디얼라이언스는 2025년 2월이면 세계 5위 선사 하팍로이드(독일)가 탈퇴하며 재편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HMM의 위기가 왔다고 말하지만 함부르크호는 이 같은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HMM의 대답이다. 그간 초대형선을 인도받으며 올해 92만TEU까지 몸집을 키운 HMM은 2030년까지 선복량을 150만TEU로 늘릴 계획이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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