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표단 이란 방문, 북-러 밀착 지렛대로 한국 압박 ‘광폭 외교’

박민희 기자 2024. 4. 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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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의 이란 방문을 공개했다.

북한과 이란은 모두 러시아와 관계가 긴밀한 국가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2019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연합체를 제안하자, 이란은 이에 맞서 중국, 러시아와 3국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면서 "이번에 이스라엘,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란은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선을 앞둔 미국을 흔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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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란 테헤란 시내에 설치된 이란 미사일 사진들 앞을 시민들이 지내가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북한이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의 이란 방문을 공개했다. 북한과 이란은 모두 러시아와 관계가 긴밀한 국가다. 북한이 북러 밀착을 지렛대 삼아 ‘한국 압박 외교’의 그물망을 넓혀가고 있다.

북한은 24일 ‘노동신문’을 통해 윤정호 대외경제상(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이란 방문을 위해 23일 출발했다고 공개했다. 윤 대외경제상은 지난 3월26일부터 4월2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하고 온 지 20여일 만에 이란 방문에 나섰다.

북한과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핵기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이란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북한은 러시아에 주로 포탄을, 이란은 무인공격기 샤헤드-136과 탄도미사일을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계기로 ‘친러'를 축으로 한 북한-이란의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으로부터도 군사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이란제 무인공격기 ‘샤헤드-136’이나, 이란의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북한으로 전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북한이 이란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소식을 미리 공개해 북-이란 관계 강화를 과시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 등을 동시에 겨냥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면, 북한도 북-중-러-이란 등의 연대를 강화해 한국을 압박하고 미국을 흔들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한-미-일 공조의 틈을 벌릴 북일 회담 카드도 계속 놓지 않고 있다. 북-이란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 한-이란 관계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란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협력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요인이 커졌다. 최근 이스라엘과 본토 공격을 주고 받으며 전쟁 위기까지 고조된 이란의 입장에서는 북-이란 관계 강화가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2019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연합체를 제안하자, 이란은 이에 맞서 중국, 러시아와 3국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면서 “이번에 이스라엘,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란은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선을 앞둔 미국을 흔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니카라과 정부가 23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제니아 루스 아르세 세페다의 주한대사 임명을 17일자로 철회한다고 발표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니카라과 정부는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주한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곧 주한대사관이 폐쇄되고, 한-니카라과 관계는 비상주대사관 겸임대사 체제로 유지되게 된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7월 니카라과과 북한과 대사관 개설에 합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미’ 성향의 니카라과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며, 최근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북해 북-중 관계 강화에 나섰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활발하던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고, 2019년 6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후 북-중 양국간 고위급 교류는 소원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조짐이 보이자,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을 의식해 ‘북-중-러’ 연대로 묶이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북-중 관계를 강화하려는 동력은 커졌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올해 하반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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