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만드는 국민볼펜 모나미: 꿈과 현실의 뼈아픈 간극

이지원 기자 2024. 4. 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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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s infographic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학령인구 감소로 문구류 시장 축소
모나미 새로운 시장에 진출
자회사 모나미코스메틱 설립
펜슬형 화장품 생산 시작해
사업 첫해 당기순손실 32억원
화장품 신사업 순항할 수 있을까
모나미는 지난해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하고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문구류 업계 1위 '모나미'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모나미의 지난해 매출액은 1415억원으로 전년(1495억원) 대비 5.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억원 적자를 냈다. 언급했듯 모나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표➊~표➋).

모나미의 위기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필기구 등 문구류를 판매하는 모나미의 실적은 감소세를 보여왔다. 2012년(2625억원)까지 2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3년부터 1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나미도 반등 기회를 모색해 왔지만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진 못했다. 대표적인 게 '프리미엄화' 전략이다. '국민볼펜'으로 불리지만, 가격이 200~400원대인 '모나미 153 볼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1년 디자인 문구 브랜드 '제니스' '지퀀스'를 론칭한 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선보인 필기구 '제니스7'의 판매가격은 5000원, 노트 '시그니처 클래식 A5'의 판매가격은 2만8000원 등으로 모나미 제품 중에선 가격이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2020년 최저점(1277억원)을 찍은 매출액은 소폭 반등(2021년 1322억원·2022년 1495억원·2023년 1415억원)했지만 2000억원대 매출액을 회복하진 못했다.

야심차게 뛰어든 화장품 신사업도 아직까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나미는 2021년 경기도 용인에 200억원가량을 투자해 화장품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2022년 3월엔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이듬해 1월엔 화장품 전문 자회사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했다. 문구류 제조업에서 쌓아온 금형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펜슬형 화장품 OEM·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제조업자개발생산)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었다.

모나미코스메틱 측은 "모나미가 60년간 쌓아온 필기구 제조 기술력을 활용해 색조 화장품과 펜슬 타입형 화장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내외 다양한 고객사의 수주를 받고 있으며, 미국·호주·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 1년차인 지난해 모나미코스메틱의 매출액은 3억원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당기순손실이 32억원을 기록해 모회사 모나미에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모나미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데 연결기준 자회사인 모나미코스메틱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표➍).

그렇다면 모나미는 언제쯤 신사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까. 업계에선 시간이 필요할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모나미가 뛰어든 화장품 OEM·ODM 시장엔 연간 매출액이 2조원대에 육박하는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막강한 경쟁자가 숱하다. 여기에 공산품 제조사에서 화장품 제조사로 변신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모나미가 갖고 있는 금형기술은 펜슬형 화장품을 생산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필기류와 같은 공산품과 화장품은 마케팅부터 유통방식까지 전혀 다르다"면서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모나미가 화장품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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