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찾은 봄의 색감

이성균 기자 2024. 4. 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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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봄

땅끝 바다의 파랑, 두륜산의 초록, 대흥사의 알록달록한 단청, 목포구등대의 붉은 노을, 해남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색감이다. 때를 가리지 않고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두륜산 케이블카 근처의 벚꽃 터널

특정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컬러도 우리를 설레게 한다. 따스함이 깃든 봄에는 화사한 꽃들이 해남의 채도를 높인다. 도로 양옆으로 줄지어 선 나무들이 벚꽃 터널을 만들고, 고산 유적지에는 샛노란 유채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 5월이 가까워질수록 여기저기서 연두색 새순이 돋고, 배추밭과 평야는 짙은 초록색을 머금는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말랑말랑해지는 해남의 풍경들이다. 사뿐사뿐 걸어도 좋고, 하루종일 벚꽃 아래서 드라이브를 즐겨도 괜찮다.

산이정원 1호 기증 식물 '동백나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 싱그러움을 더해 줄 또 다른 공간이 해남을 찾아온다. 해남군 산이면에 있어서, 그리고 '산이 정원이 된다'라는 의미를 담은 '산이정원'이다. 산이면의 자연환경을 살려 조성한 52만3,082m²(약 16만 평) 규모의 정원으로, 수목원과 산책로, 미술관, 카페, 놀이시설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에 따라 자연 본래의 모습을 선사하는 것에 집중했다. 해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가 되는 곳이다. 계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 주니 한 번의 방문으로 아쉬울 뿐. 5월에는 장미향이 가득하고, 6월에는 수국이 정원을 채울 예정이다. 참, 5월4일 개장일에는 입장료 없이 정원을 즐길 수 있고, 같은 날 해남공룡대축제(5월4~6일, 해남공룡박물관 일대)도 열린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 맞춰 해남을 여행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나비의 숲과 그리팅맨

우리에게 예술적 자극을 주는 작품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나비의 숲(Healing Garden)과 나란히 서 있는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 이명호 작가의 캔버스가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계 곳곳에 인사를 보내고 있는 그리팅맨의 안녕이 해남에도 닿았다. 재밌는 건 하얀 그리팅맨 어깨 위의 사람들이다. 42명의 사람이 올라타 있는데,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인종도, 연령도 다양하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원이라는 인상을 준다. 캔버스를 보려면 나비의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청띠제비나비의 서식처인 후박나무 군락지를 보존한 곳으로, 나비도 실제로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 또 '나를 비로소 깨닫는 과정'이라는 속뜻도 있다. 자연의 기운을 통해 나를 치유하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모를 듯한 기분인데, 후박나무 아래 서면 꽤 신비로운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명 0121-1110=116501

●공룡은 우항리에 산다
해남공룡박물관

금자천이 관통하는 황산면 우항리는 특별한 생명체가 발자국을 남긴 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8,500만년 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과거인 중생대 백악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는 공룡, 특히 당시 하늘을 지배한 익룡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물론 조각류 초식공룡, 육식공룡의 발자국 수백여 개도 보존돼 있다. 익룡을 따로 언급하는 건 남다른 클래스 때문이다. 해남공룡박물관 일대에서 익룡의 발자국 화석 443개가 발굴됐는데,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라고 한다.

익룡이 걸었던 길
익룡의 앞발자국(노란색)과 뒷발자국(흰색)

이를 통해 알아낸 사실도 흥미롭다. 약 7.3m의 길이를 가진 익룡의 보행렬은 세계에서 가장 긴 걸음 흔적이다. 발자국을 어떻게 알아보냐고? 걱정 말자. 아주 친절하게 테두리를 그려 뒀다. 발자국 크기는 17~35cm 정도이며 앞발과 뒷발이 모두 선명하게 찍혀 있다. 워낙 굵직한 족적이라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해남에서 발견된 발자국)'라는 학명으로 2002년 영국 지질학 학술지 <지오로지컬 저널>에도 기재됐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해남의 색감도 찾았다. 누르스름하고, 회색빛을 띠는 암석들이다. 암석은 만들어진 환경과 관련이 깊다.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은 육지나 호수의 하천 주변에 머물렀다. 따라서 우항리 암석은 자갈, 모래, 점토와 같은 퇴적물이 퇴적암으로 변한 역암, 사암, 혈암(셰일) 등이 주를 이룬다. 8,500만~6,700만년 전에 형성된 것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인 셈이다.

여기까지는 어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아이들에게는 공원에 있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과 귀여운 공룡 캐릭터, 영상 콘텐츠 등이 인기다. 공룡박물관을 채우는 많은 관람객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인 이유다. 공룡게임랜드, 크로마키포토존, 물놀이체험장 등 다양한 실내외 시설도 갖췄다. 또 작년부터 열린 해남공룡대축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날에 맞춰 5월4일부터 6일까지 열린다. 공룡 놀이터, 공룡가족 음악회, 불꽃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행사 땐 박물관도 무료 개방하니 해남 공룡의 모든 것을 즐겨 보자.

박물관(우항리 유적뿐 아니라 공룡 전반에 대한 정보와 자료 소장), 유적지, 공원을 두루 관람하면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놀라운 건 캐시백(2024년 4월 기준) 혜택도 있다. 유료 입장객은 입장료의 50%를 해남사랑상품권으로 되받을 수 있으니 1석 2조다.

▶해남공룡대축제
5월4~6일 해남공룡박물관 일대(행사 기간 박물관 입장료 무료)
공룡가족 음악회, 불꽃쇼, 공룡가족 버블 댄스타임, 마술쇼, 매직쇼 등 공룡 놀이터 조성(25m 짚라인, 에어바운드, 레일기차 등 무료)

●'진짜'가 뿜어내는 오라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땅끝으로 향하는 길은 두 갈래다. 서쪽 송호리를 거치거나 동쪽 영전리를 통해야 한다. 시계 방향으로 내려왔다면 송지면 갈두리 삼거리의 전망대를 들렀다 가자. '여그가 땅끝 해남이여라' 문구가 적힌 프레임이 있는 곳이다. 프레임에 다가가면 건물 위에 올라탄 대왕문어가 시선을 빼앗는다. 그곳이 바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자연사 박물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의 시그니처 '대왕고래 뼈'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품들이 복사본이 아닌 실물 표본 중심이라는 점이다. '진짜'가 뿜어내는 오라와 매력은 상당하다. 땅 위에 서 있지만,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심해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임양수 관장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1979년부터 해양자연사 자료들을 수집했는데,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와 갑각류, 남극생물 표본 등 1,500여 종, 5만6,00여 점에 이른다. 한 개인이 가꿨다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적당히 컴컴한 공간은 신비로운 해저 공간처럼 다가오고, 알지 못했던 바닷속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수많은 전시품 중에서 압권은 대왕고래 뼈다. 뼈 길이 약 25m, 무게 3톤에 달하는 대왕고래 뼈 실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턱뼈 길이만 약 7m에 이르는 대왕고래가 박물관을 이끄는 대장처럼 보인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해남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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