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잃은 유목민들… 우리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이죠”

박동미 기자 2024. 4.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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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욕망의 크기가 너무 커요. 이렇게 잘 사는데, 별로 행복하지도 않고. 계속 지구만 못살게 굴고 있잖아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내 갤러리 신당에서 만난 이대성(49·사진) 사진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작가는 황폐화된 세계 각지를 다니며 메시지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다.

"환경 문제가 너무 소비된 느낌이 있잖아요. 사람들을 움직이려면 사진 그 자체로 탁월해야 해요. 그래야 시선을 뺏고, 그다음을 생각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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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재개관展
‘컨페션…’ 참여한 이대성 작가
비현실적 현실 통해 ‘환경’ 고찰
몽골의 초원을 담은 ‘미래의 고고학’. 실제 사진 패널을 제작해 세워두고 촬영했다. 갤러리 신당 제공

“우리 욕망의 크기가 너무 커요. 이렇게 잘 사는데, 별로 행복하지도 않고…. 계속 지구만 못살게 굴고 있잖아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내 갤러리 신당에서 만난 이대성(49·사진) 사진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이 작가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두 번 연속 수상하고, 프랑스 브랜드 생로랑의 글로벌 사진전에 초청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의 창작자다. 이날 개막한 갤러리 신당 재개관 기념전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의 참여를 위해 방한한 그는 “환경 문제가 곧 현실 문제가 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황폐화된 세계 각지를 다니며 메시지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다. ‘있는 그대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독특한 설정으로 ‘비현실적’ 풍경을 연출하는 게 특징인데, 이것이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상기시킨다는 평이다. 이번에 출품한 두 시리즈 ‘미래의 고고학’과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도 실제 상황을 초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미래의 고고학’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의 초원을 박물관에 재현된 전시 공간처럼 구현했다. 머지않은 때에 ‘고고학’처럼 연구될 ‘지금’을 폭로한 것. 사진 안에 사진을 넣어 다층적 시공간감을 만들어냈는데, 특히 삶의 터전을 잃은 유목민들이 ‘사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미 몽골은 국토 25%가 사막이 됐고, 75%가 사막화 중입니다. 상상해 본 ‘비현실’이 사실은 현실이에요.”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섬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 인도 고라마라섬에서 촬영했다. 침식이 일어난 해안가에 주민들의 무구한 표정이 겹쳐져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작가는 이를 “인간의 손이 빚어낸 비극적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포착한 ‘순간’을 설명한 것이지만, 그의 작품 자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된다. 인류의 절박함이 빼어난 예술 작품이 됐고, 여기에 이 작가의 지향점이 있는 것. 그는 “심각한 주제일수록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환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환경 문제가 너무 소비된 느낌이 있잖아요. 사람들을 움직이려면 사진 그 자체로 탁월해야 해요. 그래야 시선을 뺏고, 그다음을 생각하게 하죠.”

전시에는 마이클 잭슨 뮤직비디오를 감독한 닉 브랜트, 해양 플라스틱 사진으로 유명한 맨디 바커, 항공사진의 대가 톰 헤겐 등 저명한 해외 작가 4인도 함께한다. 9월 8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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