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 키우는 법’ 1대 1 코칭… “아빠·엄마 얼굴도 밝아졌죠”[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인지현 기자 2024. 4.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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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부산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
부모·환경·성격별 맞춤형 상담
생활 속 인지·행동치료 알려줘
가족간 유대감 형성 시간 갖고
양육자 친목 도모 모임도 개최
“코칭 방법대로 적재적소 활용
어려움 털어놓으니 마음 편안”
부산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 상담사가 지난해 8월 발달장애 아동 가정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정에 방문해 그림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초록우산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가정을 꾸린 뒤, 7세 자폐성 쌍둥이 자녀를 양육하고 있던 투모마스 알마(36) 씨. “한때는 자녀들을 포기하고 싶었다”는 그에게는 부산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에서 지난해 실시한 발달장애인 가정 대상 맞춤형 양육코칭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 알마 씨는 “주 양육자로서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담 선생님과 소통하며 이겨 낼 수 있었다”면서 “큰 것만 기대하다가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작은 것에서도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은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발달장애 아동 및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 ‘우리 가족이 달라졌어요!’를 실시했다. 프로그램은 상반기 5가정, 하반기 5가정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1가구당 10회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프로그램의 핵심인 ‘가정별 1:1 맞춤형 양육코칭’은 먼저 전문 상담가가 가정에 주 1회 방문해 가정환경, 분위기, 부모 양육 태도 등을 진단해 개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 후 코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발달장애 아동이라도 부모, 환경, 성격 등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일회성 부모교육이 아니라 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양육자가 발달장애 자녀의 일상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 ABA 행동치료(응용행동분석) 방법을 배우도록 했다. 이어 상담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자녀의 긍정적 행동을 늘리고 도전적 행동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했다.

부산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이 지난해 5월 2일 가족 지원 프로그램의 핵심인 ‘맞춤형 양육코칭’에 대해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발달장애 아동은 방귀와 트림, 입바람 소리 등 또래 친구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동을 보여 양육하는 부모의 고민이 많았다. 이를 본 상담사가 부모에게 자녀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델링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지나친 반응을 삼갈 것을 조언하자 아동의 문제 행동이 점차 줄어든 사례가 있었다. 복지관 담당자는 “이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에게 훈육과 부정반응을 보인 점이 오히려 자녀의 행동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코칭을 통해 적절한 해소법을 찾아 나간 사례”라고 소개했다. 다른 아동은 부모와 외출할 때 “싫어요” “안 갈 거야” 등 부정적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아이가 긍정적인 언행이 나타나는 즉시 칭찬하는 방식으로 특정 행동을 유도하면서 부정적인 단어 사용이 감소한 경우도 있었다. 또 장애인복지관은 다수의 발달장애 아동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옷 입기, 미디어 음향 줄이기, 물건 찾기 등 기본적인 행동부터 혼자 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노력도 병행했다.

이외에도 양육정보 공유 및 친목 도모를 위한 양육자 간 자조모임, 양육 스트레스 검사 및 부부·가족 상담 등도 이뤄졌다. 먼저 자조모임을 통해서는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이 자녀 입학 문제, 양육 고충, 병원정보 등을 실질적으로 공유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지체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양육 스트레스 검사와 부부·가족 상담을 실시해 아동의 발달뿐 아니라 비장애 형제와 부모 등 가족 공동체 전체가 회복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다수 가정에서 주된 양육자가 어머니였지만 가족상담을 통해 아버지가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혼자’ 양육하는 시간에서 부모가 ‘함께’ 양육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등 가족 간의 유대감이 형성됐다는 평가도 참여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7세 지적장애 아동을 키우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모 씨는 “평소 머리로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양육 방법들이 있었는데,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코칭을 받았더니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7세 지적장애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전모 씨는 “타인에게 내 양육방법을 평가받는다는 느낌에 평소 상담을 꺼렸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내 속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자리여서 양육 과정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담당한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의 김수연 사회복지사는 “장애아동 가족의 경우 경제적 상황과 양육 갈등이 더해져 양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공공 및 민간기관에서 양육 정보와 코칭을 제공하는 사업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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