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독자들 내 작품으로 위안 얻는다니 기뻐… 글은 곧 음악”

신재우 기자 2024. 4. 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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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는 폭포라는 뜻이에요. 산에서 떨어지는 물이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작가 욘 포세(65)는 한국 독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의 이름을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묘사하는 손동작과 함께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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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노벨문학상 욘 포세 온라인 만남
“처음엔 생계 위해 희곡 썼지만
장르 넘나든 것이 오히려 도움
음악리듬 따르듯 쉼표 마침표 써
책읽기 싫으면 읽을 필요 없지만
위대한 작품통해 삶 다시 보게돼”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23일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열린 낭독회 ‘2024 낭독공감-욘 포세를 읽다’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글·사진=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포세’는 폭포라는 뜻이에요. 산에서 떨어지는 물이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작가 욘 포세(65)는 한국 독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의 이름을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묘사하는 손동작과 함께 소개했다. 23일 노르웨이 오슬로 현지에서 화상 연결로 한국 독자를 만난 그는 “내 작품이 그리 재미있는 책은 아닌 것 같지만 위안을 받은 독자가 있다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 주한노르웨이대사관이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마련한 낭독회 ‘2024 낭독공감-욘 포세를 읽다’에는 국내에서 욘 포세를 만나는 첫 기회인 만큼 200여 명의 독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 포세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자신의 창작론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포세의 작품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개성이 짙게 묻어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많고 마침표 없이 쉼표로만 이어지는 문장으로 독특한 호흡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소설 ‘샤이닝’은 물론, ‘아침 그리고 저녁’ 등에서도 산 자와 죽은 자가 대면하거나 대화하는 방식으로 교차한다.

“죽음은 사실 모두에게 똑같은 의미일 겁니다. 죽음 이후는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죠.” 포세는 죽음을 다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본다”며 “‘아침 그리고 저녁’을 쓸 때도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독자들이 죽음이 더 무서워지진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샤이닝’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설뿐 아니라 희곡으로도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창작한 경험도 공유했다. 포세는 “처음엔 의뢰가 들어와서 생계를 위해 희곡을 썼지만 장르를 넘나 드는 것이 작가의 삶을 오히려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시와 소설에서 써온 침묵이라는 장치가 희곡에서 더 잘 쓸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희곡을 쓸 때 소설과 시 작업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게 되니 이를 다 합쳐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포세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춤’에 가깝고 문학은 ‘음악’과 같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인물의 서사는 물론, 장르와 문장부호까지 자연스럽게 그와 발을 맞춘다. “리듬에 따르듯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 있다”는 그는 “이 때문에 그 리듬과 텍스트 흐름에 따라 쉼표와 마침표를 쓰곤 한다”고 말했다.

“글 자체가 저에겐 음악이에요.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들을 수 없더군요. 듣는 음악과 제가 쓰는 음악이 서로 충돌하니까요. 조금 시끄러운 곳에서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마련된 자리인 만큼 포세는 독서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실 책을 읽고 싶지 않으면 꼭 읽을 필요는 없다”며 웃어 보인 뒤 이렇게 덧붙였다. “모든 위대한 작가와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행으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얻을 수 있지만 책은 조금 더 강력한 방식으로 삶을 느끼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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