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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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4·10 총선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용산 대통령실 초청 오찬을 제안했지만 불발된 데 대해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수영 평론가는 24일 MBN뉴스에 출연해 제3의 '윤·한 갈등'으로 비쳤을 것이란 질문에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이 참석하는 오찬을 다시 마련하라고 했으니 곧 봉합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앞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진통제를 먹고서라도 만났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두다리 건너 (참모진) 전화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하고, (자신을 공개 비난하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먼저(16일) 만난 후 제안해 서운했겠다'는 질문을 받고 "만약 저한테 (한 전 위원장이) 전화 한 통 걸어서 '할까 말까' 물어봤다면 저는 '이를 악물고라도 만나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초청에 불응한 데 대해선 "건강이 소진됐단 느낌은 (마포구) 유세 지원을 오면서 만난 한 전 위원장에게 강하게 느꼈고, 굉장히 힘든 상태일 거라고 짐작은 한다"면서도 "그런데도 타이레놀(진통제) 두 알 먹고라도 (윤 대통령을) 만나셨으면 더 멋있었겠다. 한 전 위원장이 얘기한 '지금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가냐 후퇴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당정 갈등 메시지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해 "밥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이날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현명한 정치를 할 줄 알았으면 한 전 위원장에게 재량권을 줬을 텐데 그걸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며 "(오찬 했었어야 한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것일 뿐, 정치라는 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고 했다.

김 전 상임고문은 "한 전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나름대로 희망을 가지려면 윤 대통령과 멀어지는 게 좋고 본인을 윤 대통령과 일치시키면 전혀 희망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상임고문은 "한 전 위원장은 정치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란 걸 스스로 깨달았을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한 체험을 바탕으로 반성도 하고 보완해야 점이 뭔지, 정치는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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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전 위원장은 용산 초청 거부 이후인 20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결과는)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며 보수층을 다독이는 한편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은 거절했지만 자신과 함께 당을 이끌던 전 비대위원들과 지난주 만찬 회동하며 "이런 시간에 익숙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이후 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지난주 시내 모처에서 전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함께하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면서 지난 11일 사퇴한 뒤 자택에서 칩거해왔다.

한 전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그가 밝힌 대로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참석자는 한 위원장이 계속 콜록거렸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