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회유' 공세에 입 연 검찰총장 "사법붕괴 시도, 공당이 끌려다녀서야"

심재현 기자 2024. 4. 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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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고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하는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중대한 부패범죄자가 허위주장으로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이 각종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검찰청 술자리 회유'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지만 이 전 부지사와 민주당이 의혹 제기를 이어간 만큼 직접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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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후 창원지검 앞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고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하는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중대한 부패범죄자가 허위주장으로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창원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당(公黨)이 이 전 부지사의 (거짓) 진술만 믿고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100% 사실로 보인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렇다면 이 대표가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고 진술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도 100% 진실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피고인인 이 전 부지사뿐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의혹 제기에 가세하자 작심발언에 나선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최근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장 스스로도 직접 반박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사법의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되지 않도록 참고 기다리면서 법정 안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지만 힘으로 사법 시스템을 억누르려고 하는 행태에 대해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웠다"며 "검찰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부당한 외압과 영향력 행사를 막을 방패, 버팀목, 방파제가 돼야 한다는 심정으로 공개 발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동안 수원지검이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관계자 진술과 이 전 부지사의 출정일지, 호송계획서 등 자료를 공개했는데도 공세가 그치지 않자 재판과 향후 수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부지사의 '술자리 회유' 주장은 민주당의 4·10 총선 압승이 예상되던 이달 4일 수원지법 재판에서 처음 나왔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대승한 직후인 지난 15일 '술자리 회유 의혹'을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했고 지난 19일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을 꾸려 수원지검을 항의방문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인이 총선 직전인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서 기소도 안 된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면서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한다"고 발언한 것도 민주당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총장이 이날 "(이 전 부지사가) 1년 7개월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하지 않았던 (검찰청 술자리 회유) 주장을 재판이 종결되는 날 했다"고 언급한 것도 검찰 내부의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술자리 회유' 주장을 내놓은 뒤 음주 장소와 일시, 동석자, 음주 여부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지난 22일에는 직접 작성한 자술서를 통해 "검찰 주선으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만나 회유당했다"고 추가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와 관련, "(술을 마셨다는 시기도) 5월, 6월, 7월로 계속 달라지고 있고 장소도 검사실 앞 창고라고 했다가 영상조사실이라고 바꿨다"며 "법정에선 '술이 깰 때까지 장시간 대기하다 구치소에서 돌아갔다'고 했다가 이제는 '입을 대봤더니 술이라서 마시지 않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술을 마셨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술자리 회유' 의혹 공세를 민주당이 과반의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22대 국회에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수완박 2차전'의 예고편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총장이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다가 '검찰 흔들기'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판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장은 "거짓을 말하거나 거짓말을 꾸며대거나 법원과 검찰을 흔들어서 사법 시스템을 공격한다고 해서 있는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도 않고 형사 처벌을 피할 수도 없다"며 "오는 6월7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을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사법 시스템을, 그리고 우리 헌법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이원석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기 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술자리 진술 회유를 주장한 데 대해 검찰이 출정일지와 교도관 진술을 확인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이 말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구체적으로 검찰이 말을 어떻게 바꿨는지, 말을 바꿨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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