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료자문' 제도‥이대로 괜찮나?

류현준 2024. 4. 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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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약관에 적힌 금액을 주지 않는 사례, MBC가 연속보도 해드렸는데요.

이 사안을 취재한 류현준 기자와 더 자세히 이야기를 좀 나눠 보겠습니다.

지난 달에 첫 보도가 나가고 "나도 같은 일을 당했다"라는 제보가 빗발쳤다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사시는 곳, 연령대 모두 달라도 대부분 '의료 자문' 제도에 당했다는 제보였는데요.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으려면 진단받은 병원이 아닌 의료자문에 응해야 한다, 응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면서 동의를 받아가 놓고는 결국 지급을 거절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진단을 받고 왔는데 의료자문에 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군요?

어린이들 같은 경우에는 아픈 것도 속상한 데 거절당하면 부모들의 마음이 참 상하겠어요.

◀ 기자 ▶

네, 제가 만나본 제보자 가운데에서도 아이가 생후 10개월 만에 급성 혈관염의 일종인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았다는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이 어머니 역시 보험금 청구를 했다가 의료자문 동의 요구를 받으셨는데요.

처음엔 단순 절차라 생각해 자문에 응했다가 이후 보험사에서 "자문 병원에서 가와사키병이 아닌 폐렴이란 소견을 보내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권인선(가명)/박 군 어머니 (음성변조)] "수법이라고 하면 좀 그런데 너무 다 같아요. 보험 청구를 하면 의료자문을 가야 되고 돌아오는 답변은 아니다."

이에 권 씨는 지난 1월 보험사에 제출했던 같은 의료기록을 들고 직접 건대 병원을 찾아 병명을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또 "가와사키병이 맞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합니다.

◀ 앵커 ▶

같은 병원에서 같은 환자를 두고 판단이 조금 뒤바뀐 건데 이게 신뢰할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가입자가 의료 자문에 동의를 안 해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문제는 현재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지급을 일단 미뤄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할 수 없는 가입자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동의해주고 마는 경우가 많은 거죠.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이동훈/손해사정사] "선택의 권한이 현재는 없는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보험 약관상 보험사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의료자문 절차가 시작되면 가입자 입장에서는 동의를 해도, 동의를 안 해도 못 받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다만 한 보험사에선 작년 하반기 기준 보험 청구가 약 8백만 건 들어왔는데, 이 중 의료자문을 실시한 비율은 0.06%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 앵커 ▶

의료 자문이라는 건 어쨌든 가입자들이 피해를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인 거잖아요.

시행이 됐으면 신뢰가 조금 중요해 보이는데 의료 자문의 신빙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도 있었다고요.

◀ 기자 ▶

네, 의료 자문 이후 백내장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이현목 씨 사례입니다.

이 씨가 자문을 받은 강원대학교 병원에 직접 물어봤더니, 애초에 자문을 한 기록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건데요.

들어보시죠.

[이현목] "'지금 현재 보험회사가 이런 다툼 중에 있는데 제 의료 자문을 한 기록이 혹시 남아 있느냐'라고 (병원에) 전화 통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찾아보니까 없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실제로 이 씨는 소송을 진행했고, 항소심에서 강원대병원에선 공식자문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MBC 취재진에 "강원대병원이 아닌 소속 의사 개인에게 컨설팅 업체가 자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혀 왔습니다.

즉, 병원이 아닌 의료진 개인에게 직접 요청된 자문이기 때문에 병원에 기록이 없다는 건데, 이 과정에서 가입자는 제대로 평가한 건지 알기가 어렵겠죠.

자문제도에 대한 지적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이 나서서 제도를 보다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앵커 ▶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류현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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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준 기자(cookiedo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today/article/6592099_365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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