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기계 30년 전문가 "사회복지 기여하는 기술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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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연구원에 자리잡은 건 아니었다. 그는 석사 졸업 후 LG전자 연구소에 입사해 10년 동안 에어컨 송풍기를 개발했다. 지금이야 어디서든 무소음 에어컨과 선풍기를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가장 핵심으로 꼽힌 것이 소음 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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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학교 내 미세먼지 농도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까지 낮추는 공기청정과 환기, 냉·난방 통합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에 공을 들였다. 현재 모든 학교의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지만 냉·난방기를 동시에 켜는 경우 심한 소음이 발생하는 데다 전기요금이 많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활동성이 높은 학생들의 특성상 실내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는데 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장 박사는 "보통의 초등학교 교실 2개 만한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설비 성능을 평가하는 시간을 2년 정도 보냈다"며 "성장기 초등학생들에게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술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아파트가 높아질수록 1층의 쓰레기장까지 내려가는 일이 더욱 불편해졌다. 음식물을 분쇄해 물과 함께 배출하는 '디스포저'는 현행법상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20%만 배출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전부 불법이다.
장 박사는 각 가정의 싱크대 옆 투입구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기만 하면 바로 지하 집하장으로 이동해 수거 차량으로 반출되는 진공이송관시스템을 개발했다. 합법적으로 편리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결석을 한 번도 안 했다"며 "연구원이 된 후에도 문제가 안 풀리면 풀릴 때까지 반복하는 방식으로 성실함을 습관화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전문가로 소개되는 이색 경험도 했다. 2007년부터 5년 간 도로터널에 사용되는 전기집진기를 개발했는데, 이 같은 이력을 눈여겨본 당시 과학교과서 집필진이 연락해온 것. 연구 현장이 터널이기에 분진마스크를 착용해도 얼굴에 새카만 먼지가 내려앉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야간에 진행하는 성능평가 특성상 밤낮이 바뀌는 일도 있었지만 그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장 박사는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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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퇴직 이후의 꿈을 물었다. "연구원도 직업의 일종이니 지금까지 돈을 벌기 위한 연구를 했지만 앞으로는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무료로 기술을 지원하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 먼 미래에는 연을 날리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고. 연 또한 공기 흐름을 잘 파악해야 멀리 날릴 수 있는 공기역학의 한 분야다. 평생 몸담은 직업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 한강 둔치에서 점으로 보일 만큼 높이 나는 연과 얼레를 돌리는 장 박사를 볼 수도 있겠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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