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세계를 담은 건축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2024. 4.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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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종교에는 살아있는 동안의 세상인 현세와 죽은 다음의 세상인 내세가 존재하여, 사람은 현세를 사는 동안 내세를 동경하며 생활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종교인 불교는 극락세계가 내세이며, 기독교와 천주교는 천국이 내세라고 할 수 있다. 그중 불교는 한반도에 전래된 지 약 1600년 이상이 지나 이 땅의 종교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고구려와 백제에 이어 불교를 수용한 신라는 백성들에게 부처가 살고 있는 불국토가 바로 신라임을 천명하였으며, 모든 부처의 으뜸이면서 진리를 빛으로 형상화한 부처인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신 화엄종을 중심으로 불교의 교리를 통해 삼국통일의 이념으로 삼아 전쟁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삼국을 통일하였다. 통일 이후 신라의 사찰은 불전 앞에 두기의 탑을 세우는 '2탑식 가람배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이 존재하지만 국가의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호국의 이념을 형상화하였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이와 같은 불국토와 화엄사상, 그리고 호국사상의 2탑배치가 모두 담겨 있는 통일신라 사찰이 존재한다. 바로 불국사이다.

불국사는 751년 현재 국무총리의 직위인 재상 김대성이 부모님을 위해 지었다는 연기설화가 존재한다. 751년은 통일신라 경덕왕대로 나당전쟁으로 소원하였던 당나라와의 관계도 회복되어 국제관계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동아시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선 통일신라의 황금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건립된 최고 사찰, 불국사는 당시 통일 신라의 국력과 불교 세계관을 보여준다.

하나의 마당에 회랑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원(院)이라고 하는데, 불국사는 여러 개의 원이 모여 이루어진 사찰이다. 각 원에는 석가모니부처·아미타부처·비로자나부처·관음보살을 모시는 전각이 있다. 불국사 이전의 사찰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부처를 모신 불전과 탑, 강당으로 구성되었으나, 불국사부터는 여러 부처를 함께 모시는 예배 대상의 다양화가 시작되어 다양한 불전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백성들은 현세의 사람 몸으로 태어난 석가모니부처, 내세를 의미하는 극락을 관장하는 아미타부처, 진리와 빛을 상징하는 비로자나부처, 그리고 현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관음보살 등 여러 부처와 보살을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숭배하였던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도래하니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부처신앙을 원하였고, 불국사는 그것을 해결하여 주었다. 현재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바다를 건너 여러 부처들이 사는 세상으로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모습, 불국사는 신라가 곧 불국토임을 형상화한 것이다. 불국사의 동편 대웅전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다. 석가모니부처가 영취산에서 묘법연화경(법화경)을 설법할 때 나타난 다보부처와 서로 대화하는 장면인 견보탑품을 두 개 탑으로 형상화 한 모습이다. 서편 극락전에는 탑이 없고 석등만 있다. 극락에 머물고 있어 사리가 없는 아미타부처이기에 탑이 없으며, 어두운 세상에 석등 불빛이 사방에 퍼져나가며 극락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두 세계는 현생의 사바세계와 내세의 극락세계를 극명하게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부처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불국사는 바로 신라가 불국토이며, 그 중심은 불국사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두웠던 삼국전쟁의 시기를 지나 동아시아의 중심국가로서 자신감이 충만하였던 8세기의 통일신라인들은 불국사를 통하여 자신들이 생각하고 이룩하여 살고자 하였던 이상적인 부처의 세계, 즉 불국토를 만들었다. 전쟁의 아픔을 지나 경제·문화적 발전을 이룩한 현재 대한민국의 우리는 어떠한 이상세계를 꿈꾸는 것일까 스스로 질문해본다. 오늘, 봄의 도시 경주의 불국사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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