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12석' 조국이 꿈꿨던 '20척' 교섭단체, 현실의 벽에 봉착

김도현 기자 2024. 4. 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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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신안=뉴시스] 박상수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안내를 받고 있다. 2024.04.23. parkss@newsis.com /사진=박상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추진해온 '제3의 교섭단체'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등장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4·10 총선에서 12석을 얻은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선 다른 군소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8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진보당·새진보연합 출신 당선인들이 원당으로 복귀하게 됐지만 이들과의 연대만으론 20석이라는 교섭단체 최소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시민사회 추천 당선인 2명도 조국혁신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이어서 제3의 교섭단체 구성이 난관에 봉착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범야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합당 절차를 밟는다. 합당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일인 내달 3일 이전까지 마무리된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잔류하면 합당과 함께 민주당 소속이 된다. 이에 진보당(정혜경·전종덕), 새진보연합(용혜인·한창민) 출신 당선인 4명은 원당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연합은 4·10 총선에서 26.7%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14석을 확보했다. 이들 가운데 민주당 출신은 8명이다. 나머지는 군소정당 추천 4명과 시민사회 추천 2명이다.

조국혁신당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복귀를 선언한 4명과 연대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새로운미래 김종민 당선인(세종갑), 진보당 윤종오 당선인(울산 북구) 등이 연대 대상으로 꼽히지만 이들 모두와 연대해도 18석에 불과하다.

국회법 제33조에 따르면 20석 이상을 보유한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구성원이 모두 같은 정당일 필요는 없다.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20인 이상의 의원으로도 가능하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서 마지막 희망은 시민사회 추천인 서미화·김윤 당선인의 거취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

서 당선인은 최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당선인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내일(24일) 시민사회 측과 만나 최종 거취에 대해 논의한다"며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같은 시민사회 추천 인사인) 서 당선인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조국혁신당이 추진 중인 범야권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현실화되기 어렵게 됐다.

/사진=더불어민주연합 홈페이지 캡처화면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3석)과의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는 가치지향이 다른 양당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단 평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이준석 대표에 손을 내밀면 다른 범야권 정당 출신들이 반발하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도 총선 과정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등과 제3지대 연합정당을 추진하다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사고 결국 무산된 전례가 있어 연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의 연대도 방법 중 하나지만 여의찮은 게 사실이다. 지난 16대 국회 당시 교섭단체 달성에 실패한 자유민주연합을 위해 공동여당이던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의원 3명을 자민련으로 보내 20석 기준을 맞춘 바 있다. 앞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런 전례를 밟을 수 있단 관측을 내놓자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추진하는 교섭단체를 위한 속칭 '의원 꿔주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의 한 당선인은 "단독 또는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당과 당선인 간 합의가 있었지만 추진 방식 등은 조국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믿고 따를 것"이라고 했다. 한 군소정당 관계자는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제3의 교섭단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하지만 개원 후 정치 상황에 따라 제3지대 교섭단체 구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조국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서두르거나 사람을 빼오면서까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섭단체가 아니더라도 할 일을 못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세운 목표와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지 사람 수 채워서 돈 벌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교섭단체가) 단기간에 이뤄지지 못한다고 해도 국민과 소통하면서 저희가 추진하는 정책과 비전 가치를 국민과 소통해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며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언제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체가 되면 각 상임위에 간사를 두고 상임위원장 배분도 받을 수 있어 원내 영향력이 커지며 정당 보조금도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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