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이치로 소환하는 SF 감독 "둘다 잘 맞혀", 이정후와 2001년 '넘사벽' 이치로의 결정적 차이

노재형 2024. 4. 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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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3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3회말 우전안타를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즈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에 입단해 시즌 시작부터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과시했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빠른 발을 이용한 내야안타도 이치로를 닮았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이정후를 미일 프로야구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와 곧잘 비교한다.

멜빈 감독은 둘의 공통점을 '맞히는 능력'으로 본다.

이정후는 지난 3월 11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시범경기를 앞두고 어릴 적 우상이던 이치로와 만난 일이 있다. 그날 둘의 만남을 주선한 이가 바로 멜빈 감독이다.

당시 멜빈 감독은 "이정후와 이치로는 무척 닮았다. 이정후도 51번을 달고 있고, 리드오프를 치며, 외야수로 뛴다. 아마 이치로를 가장 많이 본 선수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또한 멜빈 감독은 두 선수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이정후의 배팅 연습을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파워가 있다. 이치로처럼 뒷발에 중심을 두고 공을 때린다. 며칠 전 109마일 타구를 우측 홈런으로 날려보냈다. 분명히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힘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스프링트레이닝 개막 즈음인 지난 2월 15일 멜빈 감독은 "이치로와 이정후는 공을 정확히 잘 맞힌다는 게 공통점"이라면서 "공을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삼진이 많은 요즘 잘 맞힌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무기다. 치기 힘든 공이 오더라도 두 선수는 재빨리 배트를 휘둘러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택트 히팅이 최대 공통점이라는 뜻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AP연합뉴스

멜빈 감독의 이같은 평가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정후는 23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3회말 컨택트 히팅의 진수를 보여줬다. 무사 1루서 이정후는 투스트라이크에서 메츠 좌완 호세 킨타나의 5구째 76.5마일 슬러브가 바깥쪽으로 떨어지자 가볍게 끌어당겨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어냈다. 볼카운트 여유가 있던 킨타나가 하나 보여주려 했던 유인구였으나, 이정후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들 듯 빠져나가는 공을 배트로 낚아채 듯 받아쳤다.

멜빈 감독이 이 안타를 보고 이치로를 잠시 떠올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멜빈 감독은 2003~2004년 2년 동안 시애틀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치로와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고, 아직도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이날 메츠전을 앞두고는 "보통 새 리그에 오면 만나는 투수들을 모를텐데 그럼에도 이정후는 삼진을 잘 당하지 않고 정확히 맞힌다. 한국보다 높은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타격을 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정후가 23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3회 좌완 호세 킨타나가 바깥쪽으로 던진 슬러브를 받아치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이정후가 마침내 삼진율 부문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이날 3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을 올리며 4타석 동안 삼진을 하나도 당하지 않았다. 타석 대비 삼진 비율, 즉 삼진율(K%) 부문서 9.1%(99타석 9삼진)로 규정타석을 넘긴 양 리그 타자 189명 중 1위로 올라섰다. 종전 1위였던 마이애미 2루수 루이스 아라에즈는 9.3%(108타석 10삼진)로 2위로 내려앉았다. 아라에즈는 2022년 아메리칸리그, 2023년 내셔널리그 타격왕 출신이다. 현존 최고의 컨택트 히터로 꼽힌다.

이치로 역시 삼진율 랭킹서 빠지지 않았던 타자다. 메이저리그 19년 통산 삼진율이 10.1%다. 전성기였던 2001년부터 2010년까지 7.2~11.8% 사이를 오르내렸다. 아무래도 시애틀 입단 초창기에 컨택트 비율이 높았다. 첫 시즌인 2001년부터 7.2→8.5→9.5%의 삼진율을 기록했고, 한 시즌 최다인 262안타를 친 2004년에는 8.3%를 마크했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이정후가 리드오프 자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즈키 이치로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이날 현재 22경기에서 타율 0.284(88타수 25안타), 2홈런 7타점 13득점 8볼넷 9삼진 2도루, 출루율 0.343, 장타율 0.386, OPS 0.729를 마크했다.

이치로의 2001년 첫 22경기 성적을 들여다 봤다. 타율 0.347(98타수 34안타), 2홈런 9타점 16득점 4볼넷 5삼진 4도루, 출루율 0.373, 장타율 0.449, OPS 0.822를 기록했다. 특히 삼진율은 그 시점 102타석에서 4.9%였다.

거의 모든 수치가 이정후를 앞선다. 이치로는 첫 해부터 이미 '완성형' 메이저리거로 MVP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2001년 이치로와 지금의 이정후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이것이 아닐까 한다. 당시 시애틀은 시즌 첫 22경기에서 18승4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그해 시애틀은 완벽에 가까운 투타 운영으로 구단 역대 최고 기록인 116승을 따냈다. 이치로가 이끈 기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현재 11승13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공동 3위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높지 않다. 투타에 걸쳐 허술한 곳이 많다. 이정후가 돋보이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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