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대암산-운석 충돌구 위를 날아 ‘이카로스’가 된 봄날[정태겸의 풍경](65)

2024. 4. 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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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공장에 섰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건 처음이었다. 경남 합천의 대암산 활공장. 세계적으로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최적의 지형을 갖췄다는 곳이다.

“자, 이제 달리세요!”

나를 앞에 태운 파일럿의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땅을 굴렀다. 다리가 헛발질한다 싶은 그때였다. 하늘 위로 몸이 날아올랐다.

대암산 활공장의 앞은 초계적중 분지다.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공식 확인된 국내 최초의, 최대의 운석 충돌구다.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과정에서 솟아오른 땅은 이 일대를 빙 에워쌌다. 그중 정면으로 우뚝 솟은 흙더미가 대암산이 됐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니 분지의 앞쪽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대신 뜨거운 태양이 지표를 달궈서 상승기류를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에 올라타 하늘을 활공한다. 세계 각국의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다.

짜릿하다. 낙하산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은 그랬다.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버렸다.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만든 지형. 그 위를 날아 한눈에 운석 충돌구를 담는 경험. 함께 날아오른 모든 이가 이카로스가 된 것 같은 봄날이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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