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해외공장 늘려도 최첨단 반도체 90%는 대만서 만들 것”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4. 4.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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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 현지 인터뷰
미국·일본·독일 등 해외거점 확대에도
“中대응 반도체 방패 이상없다” 장담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지난 17일 타이베이의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5개국 취재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타이베이=김성훈 기자]
◆갈등과 기회의 나라, 대만을 가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공동화가 아니다, 확장이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타이베이의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 취재진들과 만나 TSMC의 잇따른 해외 진출이 중국에 대한 자국의 ‘반도체 방패’를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날 우 부장은 미국 동서센터(EWC) 취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해외 기자들의 집단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의 최전선인 대만과 대만해협을 중국의 강압적 팽창주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부장은 2018년부터 외교부장으로 일하며 대만 대외정책을 이끌었다. 내달 출범하는 라이칭더 행정부에서는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 안보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독보적인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에 대한 자부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우 부장은 “일본과의 관계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선진적인 일본이 대만에 투자해 산업에 도움을 줬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의 상황”이라며 “이는 인도와 미국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급망 핵심 TSMC는 대만의 ‘호국신산’
TSMC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7.9%와 전체 수출액의 12.5%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국가대표 기업이다. 더욱이 세계의 화두가 된 글로벌 공급망의 ‘본진’으로 대접받으며 대만의 전략적 가치도 한껏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TSMC는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내달 대만 총통에 취임할 라이칭더 당선인도 후보 시절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대(大) 실리콘밸리’ 공약을 내걸었다. 세계 경제안보 판도를 좌우할 ‘전략자산’인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지렛대 삼아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라이 당선인은 지난 19일에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심장’인 신주과학단지 내 20여 곳의 반도체 관련 업체와 좌담회를 갖고 “반도체 산업은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확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미래 능력의 핵심 기둥”이라며 화끈한 지원을 약속했다.

우 부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TSMC가 해외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90%가 넘는 최첨단 반도체는 대만 내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만의 신주·타이중·타이난 과학단지가 TSMC를 중심으로 수많은 반도체 설계·원자재 공급·생산·테스트·패키징(후공정) 기업들과 연구개발(R&D) 시설들로 거대한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 등 외교부 관계자들이 17일 타이베이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타이베이=김성훈 기자]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 해외서 복제 어려워”
그는 “다른 나라는 이러한 반도체 생태계를 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그래서 TSMC나 여타 반도체 기업들도 대만에 더 많이 투자하고, 대만에서 R&D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인공지능(AI) 혁명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 문제도 중요하게 거론됐다.

우 부장은 “탄력적인 공급망을 형성하려면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점차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만은 친(親)중국 성향인 마잉주 총통 집권 시기 해외직접투자(FDI)의 80% 이상을 중국에 집중했지만 작년에는 이 수치를 11%까지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주요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그는 “(삼성 등의)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대만 기업들은 생산 내용이 사실 서로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동맹을 맺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中팽창주의 억제해야”
중국 해경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매경DB 자료사진]
우 부장은 해외 기자들에게 대만의 최대 위협 요인인 중국의 강압적 팽창주의 전략과 ‘비민주적’ 공급망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민주주의 유사 입장국들이 더욱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만을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강압과 (가짜뉴스 유포 등의)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고통받는 유일한 국가로 생각한다”면서 “대만이 최전방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대만만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우 부장은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일본과 필리핀 측 선박을 쫓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와 이달 미·일·필리핀 정상회의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국제사회의 중국 견제 강화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또 중국이 대만 사회에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통한 인지전을 펼쳐 안보 불안과 ‘미국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는 견해를 펼쳤다.

대만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이 강한 독립·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안보적 압박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지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 부장은 “대만은 중국에 도발하지 않지만, 동시에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도 않는다”면서 중국이 자신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전자전·사이버전 등 비대칭전 역량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해협 불안땐 전세계에 경제적 타격”
※출처=대외경제정책연구원·블룸버그 통신
우 부장은 인터뷰 ‘세계의 반도체 공장’인 대만과 전 세계 교역 물자의 절반이 지나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불안해져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가 매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블룸버그는 지난 1월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대만 다음으로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우 부장은 “중국의 팽창주의 위협을 이해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베이=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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