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있다” 해병대 수사단 말 듣고도…군검찰에 자료 준 경찰
경찰, 문제 인지 못해…이종섭 “경찰과 협의” 주장 배치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2일 수사결과 자료를 경찰에 넘기면서 “외압이 있었다”고 알렸다고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에서 진술했다. 반면 군검찰은 같은 날 수사자료를 회수하면서 경찰에 회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자료를 군검찰이 돌려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같은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측의 통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해병대 수사단 A수사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 사건을 조사하는 군검찰에 출석해 “8월2일 경북경찰청을 방문해 채 상병 사건 수사자료를 이첩할 때 ‘외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수사관은 “(수사자료를 경찰에 인계하는) 그 자리에서 제가 ‘외압이 있었던 것 같다.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저희는 (경찰에 이첩하려고) 왔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장관님이 (해외출장) 복귀 후에 다시 보고하라는 부분을 모르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외압 이야기와 관련해 “경북청에서도 ‘최근에 ○○○○을 조사했는데 (경찰도) 그 외압을 맛보았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다”고 말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최모 1광역수사대장도 군검찰 조사에서 “혐의자를 결정하게 된 사유에 대해 경찰에게 설명을 했다”며 “특정 인원(사단장과 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제대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최 광수대장이 당시 경찰에 설명할 내용을 적은 메모에도 ‘2. 피혐의자 중 국회의원, 검사장 통해 외압(국방부 장관 통해 피혐의자에서 제외 요구, 출장 복귀 이후 재보고 요구)’이라고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같은 날 오후 7시쯤 수사자료를 회수한 군검찰 측은 경북청에 회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검찰은 자체적으로 수사자료 회수 경과를 정리한 문건에 당시 군검찰 관계자가 경북청 측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기재했다.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는데 어기고 이첩돼 회수하러 왔다’ 정도만 설명했다는 것이다.
군검찰은 이 문건에 “항명이라는 언급도 있었음”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경향신문에 “군검찰 측이 수사자료를 회수하면서 정확히 항명 사건을 수사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북청 쪽에선 해당 수사자료 이첩과 관련해 군 내부의 절차 위반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인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종섭 전 장관 측이 지난 17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수사자료 회수는) 국방부 검찰단 수사의 증거자료 확보 조치로 경찰과 협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과도 다르다.
군검찰과 경북청이 수사자료 회수 때 작성한 ‘사건기록 인계·인수증’에도 구체적인 회수 이유는 적혀 있지 않다.
이혜리·강연주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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