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보다 돈이 먼저”... ‘기사회생’ 아워홈 뒤흔든 구본성·구미현 연합

유진우 기자 2024.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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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지난 10년간 배당금으로 520억 이상 수령
장녀 구미현 씨도 10년 동안 260억 배당

한동안 잠잠했던 아워홈 일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3년 만에 다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2017년 첫 ‘아워홈 남매의 난’ 때 의기투합했던 ‘장남 구본성 장녀 구미현’ 연합이 또 한 조(組)를 이뤄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동생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을 몰아내는 양상이다.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아워홈은 미현 씨와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반면 삼녀인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부결했다.

미현 씨는 가정주부다. 그동안 아워홈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 이영열 전 교수 역시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없다.

그래픽=이은현

아워홈 노조는 23일 성명을 내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이사직 수용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본성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회사 성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본인의 배만 불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미현 씨는 구본성-구지은 간 아워홈 경영권 분쟁에서 판세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현재 4남매 가운데 누구도 아워홈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미현 씨가 보유한 지분 19%가 어느 편에 서는지 여부에 따라 분쟁 판도가 뒤집히는 것이다.

미현 씨는 이 점을 이용해 2017년 이후 4차례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편을 이리 저리 오갔다. 2017년 1차전에서 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서 구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도록 해줬다.

2021년 2차전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논란을 일으키자, 미현 씨가 구지은 부회장 손을 들어줬다. 미현씨 지분에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까지 뭉치면서 세 자매 지분 총 59.55%로 구본성 전 부회장을 20% 이상 앞질렀다.

하지만 2022년 아워홈이 2021년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자 미현 씨는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 편을 들었다.

미현 씨는 매년 배당으로 수십억원 이상을 챙겼다. 지난 10년간 약 260억원을 배당받았다. 오빠인 구 전 부회장도 같은기간 배당금으로 520억원 이상을 받았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일한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이후 아워홈 배당금 총액은 2017년 68억원, 2018년 74억원, 2019년 171억원으로 늘었다.

10% 안팎에 머물던 아워홈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역시 취임 첫해 2016년 11.5%로 높아졌고 이후 2017년 14%, 2018년 34%, 2019년 96%가 됐다.

2020년 결산배당금은 76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해 아워홈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93억원이었다.

그 와중에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는 각각 299억원, 149억원을 배당 받았다.

2021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배당금을 대폭 줄였다. 그해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무배당을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주당 131.46원, 총 3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아워홈은 매출 1조9835억원, 영업이익 943억원을 내면서 역대 최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기록했다. 그럼에도 배당액은 주당 262.93원, 총 60억원에 그쳤다.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도 구본성 전 부회장 임기 첫해보다 총 배당액이 적었다.

자연히 미현 씨가 받는 배당금도 1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미현 씨가 이번에 구지은 부회장에게 등을 돌린 이유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시한 아워홈 지분 매각 후 현금화 계획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 셋째 아들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설립했다. 현재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로, 최근 들어 매년 실적이 좋아진 알짜 매물이다.

2022년 5월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지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던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글로벌 상장 유사업군 회사 컴패스 그룹(Compass Group) 주가 수준과 코로나19 이후 식품산업 정상화 등 성장성을 반영하면 아워홈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2조원을 기준으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미현 씨 지분 가치는 4000억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배당금을 300년 넘게 모아야 할만큼 거액이다.

아워홈 직원들은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 크게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은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가운데,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는 무리한 욕심으로 회사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추세다.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들은 다시 불 붙은 아워홈 경영권 분쟁이 윤리경영과 책임경영 성숙도를 증명할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ESG연구소 관계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미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상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고, 지금도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인물”이라며 “아워홈은 최근 몇년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배구조에 현저한 결격 사유가 생기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영진이 복귀한다면 투자나 협업 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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