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부장 "중국의 팽창주의 위협 알게된 국가 늘어날 것"

김효정 2024. 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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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 취재진 만나…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거론하며 "새로운 안보구조"
국가발전위 부주임 "민주가치 공유하는 우방과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 하는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타이베이=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우리는 국제사회가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에 미국, 일본, 한국 지도자가 아주 새로운 동맹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대만의 외교장관 격인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미국 동서센터(EWC) 주관 프로그램으로 타이베이를 찾은 한국, 인도, 일본,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 부장은 친미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정부에서 2018년부터 외교부장을 맡아 대만 외교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다음 달 출범하는 민진당 라이칭더 정부에서는 국가안보실장 격인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을 맡게 된다.

우 부장은 '유사 입장국들에게 어떤 역할을 바라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과거 미국의 동맹관계는 '양자 안보관계'가 여러 개 존재하는 형태(multiple bilateral security relations)였지만 지금은 복합적"이라며 "이는 아주 새로운 안보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1일 사상 처음으로 열린 미국·일본·필리핀 3자 정상회의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비슷한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우 부장은 "중국 팽창주의의 위협을 알게된 민주주의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며 더 많은 국가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미일,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쿼드(Quad), 미국·일본·필리핀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체로 인태 지역 동맹과 파트너들을 촘촘히 엮어 대중국 견제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s) 동맹에서 '격자형'(lattice-like) 동맹 구조로의 변화다.

이처럼 새롭게 형성되는 네트워크가 대만 안보에 지지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우 부장의 언급에서 엿보인다.

우 부장은 "중국의 타깃은 대만뿐이 아니다"라며 자신들은 대중국 '최전선'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등을 보유한 대만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90%가 대만에서 생산된다며 "이 공급망에 혼란이 생기면 세계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TSMC가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등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대만 내 산업 공동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며 "대만의 산업 역량이 확장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만 정부는 TSMC의 활발한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도 첨단 제조 공정 중심은 여전히 대만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 산업 판도에서 경쟁적 관계에 있다는 지적에는 "양국의 생산품은 사실 그렇게 비슷하지 않다"며 "중복을 피하기 위해 서로 연합을 형성할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부장은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과 반도체 생산국들의 연합체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어떻게 서로 더 협력할 수 있을지를 조용히 논의해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미국·일본·대만은 지난해 이른바 '팹4'로 불리는 4자 간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을 만들어 지난해 첫 본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우 부장의 언급은 이런 협의체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태평양 기자들과 만난 가오셴구이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 부주임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오셴구이 국가발전위원회(NDC) 부주임위원(차관급)도 1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유사 입장' 파트너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적절한 공급망을 찾는 것이 핵심이고 이는 대만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중국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많은 다른 국가들에도 회복력이 효율성보다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역량을 강조하며 "자유와 민주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과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TSMC가 해외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것은 해당 국가와의 "상호보완적 협력"이라며 "미래의 TSMC는 대만뿐만이 아닌 세계의 TSMC가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고 지원하는바"라고 역설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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