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대법원 ‘형사성공보수는 무효’ 판결 9년 지났지만, 암암리에 받는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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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초동의 형사전문 변호사 A씨는 성범죄로 기소된 한 의뢰인으로부터 재판에서 무죄나 기소유예를 받으면 1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 변론 활동이나 직무수행 자체가 정당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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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진행 보면서 변호사 비용 지급하려는 심리도
경쟁 심해진 변호사들…추가 매출 위해 성공보수 눈독
중도금·잔금·2차 착수금 등 명칭도 다양
지난해 10월 서초동의 형사전문 변호사 A씨는 성범죄로 기소된 한 의뢰인으로부터 재판에서 무죄나 기소유예를 받으면 1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A씨는 여러 증거와 자료를 모으고 법리를 세워 최근 무죄 판결을 끌어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의뢰인에게 약속한 1억원을 달라고 따질 수가 없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사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호사의 적극적인 도움을 원하는 피의자·피고인과 더 높은 수임료를 원하는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업계에선 암암리에 형사성공보수 약정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을 민법 제103조에 근거해 무효로 볼 수 있는지 심리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 변론 활동이나 직무수행 자체가 정당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판결을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향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판결로 통상 착수금 외에 사건 가액의 10~20% 정도를 성공보수로 책정하는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소송에서 ‘성공보수’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여전히 전과자라는 낙인을 피하거나 낮은 형량을 받고 싶은 의뢰인이 먼저 성공보수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변호사는 “가상자산 사기나 불법 사설 토토 등으로 돈을 번 의뢰인들이 성공보수에 후한 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전적으로 여력은 있는데 감옥에 가기 싫은 사람들이 ‘성공보수를 줄 테니 잘해달라’고 말한다”며 “결과가 좋게 나와도 실제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액이나 선물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일부 변호사나 로펌은 대놓고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대신, 전체 금액을 다양한 명목으로 쪼개 받는 방식으로 성공보수를 받아낸다. 착수금으로 2000만원, 중도금 2000만원, 잔금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수임료로 받는 식이다. 복수의 변호사들은 “’성공보수’는 소송을 하더라도 받을 수 없는데 중도금이나 잔금 등은 법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어 계약서에 명시한다”며 “의뢰인들이 처음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지급하는 대신 사건 경과에 따라 변호사 비용을 내고 싶어 하고, 로펌 입장에서도 착수금 외에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서로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성공보수 무효’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 판결을 주도한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만든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한 법조인은 “형사성공보수 무효 판결로 인해 전관 출신이나 ‘시간제 보수 약정(타임차지·Time charge)’ 방식을 쓰는 대형 로펌보다 젊은 개인 변호사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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