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삼진 안 당할 것 같아" 이정후 '이 기록' ML 1위 등극, '1557억 가치' 스탯에 나타난다

안호근 기자 2024. 4. 2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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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MLB닷컴 공식 SNS
빅리그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타자에 1억 1300만 달러(1557억원)을 투자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현지에선 오버페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빅리그 데뷔 후 22경기 만에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이정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며 팀에 5-2 승리를 이끌었다.

13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0.284(85타수 24안타), 출루율은 0.343, 장타율은 0.386, OPS(출루율+장타율)는 0.729다.

시즌 전 야구 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인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 실패, 53삼진 48볼넷,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지난 4월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1회말 안타를 날리고 있다.
타율은 예상치에 비해 아직 부족하지만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을 때(0.200) 이후 13경기 연속 출루하며 급격히 수치를 끌어올린 걸 고려하면 3할 타율까지도 얼마든지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를 자아낸다.
이날 13번째 득점을 한 이정후는 이 부문 팀 내 공동 1위로 올라섰는데 산술적으로 94점, 더 분발한다면 100득점까지도 가능할 페이스다. 홈런과 타점 기록 또한 모두 예상치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수 있는 분위기다.
역시 타격천재! '이게 MLB서도 통한다고?'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컨택트 능력 때문이었다.

시즌 전 미국 매체 저스트베이스볼은 이정후의 KBO리그 시절 스트라이크 존 타격률이 무려 97% 빅리그에서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94%)를 포함한 어떤 타자보다도 높았다며 "90%대 초반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10% 가량 (존 타격률이) 높다. 차별점은 호세 라미레즈나 무키 베츠가 아닌 대부분의 90% 이상 존 콘택트 선수들보다 이정후의 타고난 힘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미국 디 애슬레틱 또한 "이정후는 현 시점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이치로와 유사한) 탁월한 손과 눈의 조화를 갖췄고 많은 하드컨택트 타구를 날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삼진률은 6% 미만이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미국 야구 통계 전문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올 시즌 삼진률은 9.1%로 전체(규정타석 기준) 1위로 최소 1위로 올라섰다. 저스트베이스볼도 언급했던 아라에즈로 9.3%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1회말 안타를 날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헛스윙률은 10.1%로 4위이고 존 컨택트 비율은 91.5%로 MLB 평균(82%)을 훌쩍 뛰어넘어 저스트베이스볼이 예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또한 MLB 최고의 컨택트형 히터 아라에즈(91.1%)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라디오 방송 KNBR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내 생각에 그가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스스로 맞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I think that every time he swings the bat, he thinks he's gonna hit it)"며 "결코 삼진을 당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It feels like he never strikes out)"고 말했다.

이어 "알지 못하는 상대를 만나 그렇게 해낸다. 그는 기본적으로 모든 시리즈에서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상대와 대결한다. 정말로 인상적(That's what's really, really impressive. Every series, basically, he's facing new opponents he's never seen before)"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메츠전은 이정후만의 압도적 타격 능력을 잘 볼 수 있는 경기였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오른 이정후는 1,2구 존 안으로 향하는 싱커를 그대로 지켜봤으나 5구 시속 76.5마일(123.1㎞) 존 바깥쪽으로 멀리 휘어져 나가는 슬러브에도 감각적인 배트 컨트롤로 타구를 우익수 앞으로 보냈다.

땅볼 비율이 51.9%로 MLB 전체 평균인 44.6%에 비해 여전히 높지만 이 또한 점점 나아지고 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최근 "그는 지금 땅볼을 치고 있다. 그에게는 몇 가지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타석에 설 때마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1경기 동안 이어졌던 안타 행진과 이날 타격을 통해 이정후는 멜빈 감독의 발언의 이유를 증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에서 1회말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격만 있나? '바람의 손자'의 면모, 수비도 평균 이상
타격 능력에 대해 의심한 이들은 많지 않았으나 주루 능력과 수비에서 대해서는 평가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국내에서도 7시즌 동안 통산 도루가 69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의 이정후는 다르다. 어찌보면 국내에선 굳이 뛸 이유가 많지 않았기에 주루 능력을 아껴뒀던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주루플레이를 펼친 이정후를 향해 멜빈 감독은 "우리가 베이스에서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내 생각엔 그가 베이스 위에서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확실히 속도가 있다. 발목 부상을 입어 스스로 작년에는 조금 더 조심하길 원했지만 우리가 본 바로는 발도 빠르다"고 평가했다.

이정후는 주로 선두타자로 나서며 한 베이스를 더 노리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다. 도루 실패가 3차례 있기는 했지만 2개를 성공시켰다.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지만 스프린트 속도는 상위 87%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베이스러닝 가치는 이보다 더 높은 상위 98%를 찍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지난 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에서 5회초 담장과 충돌하며 타구를 낚아채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지난 1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6회초 수비에서 펜스와 부딪히며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수비 또한 기대 이상이다. 시즌 초반 타구를 놓치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적응을 마친 이정후는 이후 어려운 타구를 심심찮게 잡아내고 있다.

지난 18일 펜스와 충돌하면서까지 완벽히 잡아낸 타구에 우익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비현실적이었다. 그의 점프는 정말 뛰어났다. 그의 외야 수비를 보는 건 정말 재미있다. 그는 그 플레이를 실제보다 훨씬 쉬어보이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 경기 선발 투수였던 에이스 로건 웹 또한 "매일 그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 솔직히 말해서 한계가 없어 보인다"고 극찬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이정후는 수비 지표에서도 상위 71%로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송구 평균 시속은 93.3마일(150.2㎞)로 상위 95%의 날카로움을 뽐내고 있다.

단순히 국내 선수이기 때문에 긍정적 내용을 부각하는 게 아니다. 각종 평가와 세부지표는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현지에서도 이정후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8회초 3루로 강력한 송구를 뿌리고 있다.
이정후의 송구를 받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루수 맷 채프먼(오른쪽)이 주자를 태그아웃하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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