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재앙 D-1…초조한 환자들

정심교 기자 2024. 4. 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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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이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이 실제로 병원을 떠날지 주목된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예측과 달리 교수들이 실제로 병원을 떠나거나 진료를 셧다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주치의를 대학병원에 둔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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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환자들에게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이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이 실제로 병원을 떠날지 주목된다. 졸지에 주치의를 잃을 처지에 놓인 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은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는 상이하며 교육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직서가 수리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개별적으로라도 병원을 떠날 채비에 들어갔다. '빅5' 병원의 소화기내과 A 교수는 "간·췌장암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높아 입원 환자들이 많다"면서 "혼자 30명가량의 환자를 다 진료하다 보니 외래 예약으로 들어오는 신규 환자는 아예 진료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일이 되면 끝난다. 예약된 수술까지 마무리하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퇴사일을 8월 31일로 못 박았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에게 "사직 희망일이 8월 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 드린다"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다.

학장에게 사직서를 수리해달라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모아둔 교수들의 사직서 수백 장을 학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26일 학장께 8개 병원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하고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예측과 달리 교수들이 실제로 병원을 떠나거나 진료를 셧다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주치의를 대학병원에 둔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폐환자 50대 남성 A 씨는 "병동에 지금도 진짜 상태 안 좋으신 분들이 많은데 셧다운 날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느냐"며 "만약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으로 보내 수술할 수도 있겠지만 담당 주치의가 환자를 제일 잘 아니까 환자들 입장에선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이 모 씨는 "오늘(23일) 외래 진료가 취소됐다. 앞으로 하루 셧다운한다고 해서 다른 날 외래나 수술이 차질 없이 진행될 거란 보장도 없지 않나"라며 "의사와 정부 고래 싸움에 아픈 사람 새우등만 터지고 있다"고 울먹였다.

암 환자의 자녀 주 모(42) 씨는 "항암 치료 중인 어머니가 언제 통증을 호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응급실 진료에도 큰 차질이 생길까 불안하다"며 "지인의 아내가 암을 판정 받았지만 의사가 없다고 수술을 못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사람들이 진짜 의사가 맞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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