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실적 키운 '멀티레이블'…독립경영 아닌 '독립전쟁' 불씨

김건우 기자 2024. 4. 24. 0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이브 주요 레이블/그래픽=이지혜

12조원. 최근 하나증권이 매긴 하이브의 핵심 4개 레이블의 기업가치다. 2025~26년 실적을 기준으로 빅히트뮤직 6조1000원, 플레디스 2조7000억원, 어도어 2조원, 빌리프랩 1조3000억원으로 계산했다.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월드 스타로 만들었지만 2020년 상장 당시 단일 아티스트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케이오지엔터, 2021년 어도어 설립, 2023년 빌리프랩 지분 추가 인수 등으로 몸집을 키웠다.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2022년 12월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완전체 활동이 멈춘 이후에도 하이브의 실적을 견인한 효자 역할을 했다. 최근 3년간 엔하이픈, 뉴진스, 투어스, 아일릿 등 8팀이 데뷔했다. 덕분에 하이브는 연결 매출액이 2021년 1조2559억원, 22년 1조7761억원, 23년 2조1781억원을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이브 멀티 레이블이 키운 어도어, 초고속 성장
지난 2월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특정 아티스트·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자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고 자신했다.

과거 레이블 시스템은 다양한 K팝 기획사가 시도했지만 하이브와 같이 성공 사례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올해 실적 발표 이후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더욱 주목 받았다. 하나증권은 지난 16일 '뉴진스로 본 멀티 레이블의 가치'라는 보고서도 발간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레이블은 어도어로 역대 최단기간(1년 반) 내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뉴진스가 빌보드 HOT100, 200 성과를 비교해 블랙핑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증권이 분석한 블랙핑크의 컴백 후 월드투어까지 약 1년 반 동안 매출액은 3500억원이다. 2025년 어도어의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000억원, 9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독립경영 아닌 독립전쟁 불씨된 멀티 레이블
하지만 하이브의 강점인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오히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분쟁의 씨앗이 됐다는 분석이다. 인수 또는 분할설립한 다른 레이블과 달리 어도어는 하이브가 2021년 154억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약 3년 만에 하이브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1조8000억원이 됐다. 반면 민희진 대표는 지난해 콜옵션(매도 청구권)을 행사해 지분 18%와 성과금을 받았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임원 A씨 등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했다. 하이브 감사팀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이를 분석해 경영권 분리 방안을 정리한 문건 등을 찾아냈다. 이 문건에는 하이브가 보유한 80% 지분을 글로벌 국부펀드 2곳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과 하이브의 지분 매각 설득을 위한 내부 우호 세력 확보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내용, 사업상 비밀유출, 인사 청탁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묻는 질의서를 민 대표와 A씨 등에게 보냈다.

이에 민 대표는 일부 언론을 통해 이번 갈등이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카피하면서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일릿과 관련해 하이브 내부에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하이브가 감사권을 발동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대표 "멀티 레이블 시스템 보완할 것"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이날 사내 메일을 통해 민 대표의 주장에 대해 "지금 문제 되고 있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들이라는 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했다"며 "일정부분 회사 내외를 통해 확인된 내용들이 이번 감사를 통해 규명될 경우 책임 있는 주체들에게 명확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분쟁의 씨앗이 된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대해선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지속해서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