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돌미나리

황성기 2024. 4. 2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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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하다.

뭘 그리 캐시냐고 물었더니 "돌미나리"라고 한다.

먹는 풀, 못 먹는 풀 가리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지금은 돌미나리와 민달래가 제철이라며 싱긋 웃어 준다.

그들의 저녁 식탁에 돌미나리 무침이 가득할 거라 상상하니 부럽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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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하다. 언제 봄이 왔는지 모르게 갑자기 여름으로도 둔갑하곤 하는 요즘 날씨다. 서울 한강변을 비롯해 땅이 있는 곳이면 푸릇푸릇 때깔 좋은 풀들로 풍성하다. 토요일 아침 집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일흔은 되어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쭈그리고 앉아 풀을 캐고 있다. 뭘 그리 캐시냐고 물었더니 “돌미나리”라고 한다.

검정 비닐봉투에 담긴 풀을 보여 준다. 도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까막눈인 내게 설명해 주지 않으면 미나리인지 잡풀인지 알 턱이 없다. 어떻게 그리 잘 아시냐고 하니 “전남 함평이 고향”이란다. 어릴 적부터 산과 들, 밭에 나갔다고 한다. 먹는 풀, 못 먹는 풀 가리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지금은 돌미나리와 민달래가 제철이라며 싱긋 웃어 준다.

미나리 캐는 그들은 2인조가 아니었다. 비슷한 또래의 남성이 자전거를 끌며 겸연쩍은 듯 뒤따라온다. 그들의 저녁 식탁에 돌미나리 무침이 가득할 거라 상상하니 부럽기조차 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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