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값 오르니 호주산 수입↑…업계 ‘촉각’

이민우 기자 2024. 4.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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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수입량 중 호주산 44%
통상적으로 30% 후반대 점유
가격경쟁력 미국산보다 ‘우위’
한우고기 소비 부진 영향 우려
수입 쇠고기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미국산 쇠고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호주산 쇠고기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호주산 쇠고기. 연합뉴스

쇠고기 수입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자국 내 생산량 감소로 미국산 쇠고기값이 급등한 사이 호주산 수입이 늘며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높여가는 양상이다. 전반적으로 쇠고기 소비가 침체한 가운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면 한우고기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3월 쇠고기 수입량은 13만8224t을 기록했다. 이 중 미국산은 6만7525t으로 전체의 48.9%를 차지했다. 호주산 수입량은 6만801t으로 44%의 점유비를 보이며 미국산의 뒤를 바짝 쫒았다. 통상 쇠고기 수입시장은 미국산이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호주산이 30% 후반대를 점유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호주산이 격차를 좁히며 최대 수입 대상국 지위를 넘보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산 수입량은 지난해(7만7002t)보다 12.3% 감소했지만 호주산은 지난해(4만8565t)보다 25.2% 증가했다. 이같은 변동은 두 나라의 수급 상황이 정반대 양상을 보이며 가격 경쟁력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농무부(USDA)가 2월 발표한 ‘가축 및 가금류 전망’에 따르면 1월1일 기준 미국의 소와 송아지 사육마릿수는 8720만마리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 감소한 것으로, 1951년 이후 최저치다. 미국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사료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 주요인으로 파악된다.

올해 미국의 상업용 쇠고기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 줄어든 1187만9584t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쇠고기 수출도 지난해 대비 126만5522t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는 올해 사육마릿수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며 비슷한 공급량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축산공사(MLA) 한국대표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한 ‘2024 호주 축산업 시장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호주 소 사육마릿수를 지난해보다 0.3% 줄어든 2850만마리로 전망했다.

도축마릿수는 지난해보다 11.7% 증가한 790만마리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호주의 쇠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0%가량 늘어난 250만t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동명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교육조사부 팀장은 “미국·호주의 소산업은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미국의 기상 악화로 생산량에 큰 변동이 생겨 수입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호주의 쇠고기 공급 곡선이 엇갈리면서 가격 경쟁력 또한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1∼3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가격은 1㎏당 평균 9.3달러(22일 기준 1만2825원)를 기록했지만 호주산은 6.35달러(22일 기준 8757원)였다.

미국산과 호주산의 수입가격 차이는 지난해 1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달러 이상으로 벌어졌다. 미국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최근 국내에선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고기보다 비싸게 팔리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최근 외국계 대형마트에선 미국산 쇠고기 등심 소포장제품을 100g당 8000원 수준(프라임 등급 기준)에 판매했는데, 이는 한우 1등급 등심 소비자가격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금액이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미국산 등심은 한우와 달리 등지방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살코기 가격만을 비교했을 땐 오히려 미국산이 더 비싼 사례도 생기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이런 점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우보다 더 비싼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통업계에선 올해 수입 쇠고기시장의 개편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한우고기 소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길동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부산경남지회장은 “가격이 저렴한 호주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난다면 양념육시장을 파고들어 2·3등급 한우고기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구이용으로 소비되는 1등급 이상 한우고기 소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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