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의 귀농직설] 농지 임대차계약서 쓰세요

관리자 2024. 4.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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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을 시골에서 열어간다는 것, 평생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사로 생계를 꾸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도전이다.

평범한 귀농인이 농사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길이 아주 막힌 것은 아니다.

생각하는 대안은 농지법 취지에 맞게 '합법적인' 임대차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농지 임대차가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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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없어 ‘농부증’ 받지 못해
농업보조금 혜택 전혀 못누려
작은 농지를 구입하면 되지만
전업농으로 살려면 큰땅 필요
농민 교육·농지은행 대상 늘려
합법적인 임대차 활성화 시급

인생 2막을 시골에서 열어간다는 것, 평생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사로 생계를 꾸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도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다. “마을로 들어갔으니 ‘마을 법’을 익히고 마을 사람들과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상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하나가 땅 문제다. 오늘은 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년 만에 초음속으로 제주 농부가 됐다. 선한 인연이 닿아 1만㎡(3000평) 감귤밭을 빌릴 수 있었다. 감귤농사는 봄철에 일이 많다. 가장 중요한 가지치기(전정) 작업 앞뒤로 퇴비와 봄비료를 뿌렸다. 며칠 전부터 풀 깎는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고, 루비깍지벌레가 많아 이번 주엔 방제를 시작할 참이다. 유기농으로 감귤농사를 짓다보니 일이 더 많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농사에 익숙해지는 내 몸의 변화가 즐겁다. 농사로 우리 부부 은퇴 뒤 생계를 꾸리는 꿈을 꾼다.

큰 고민 한가지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농부증’이라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받지 못했다. 내 땅이 없기 때문이다. 농업경영체가 되지 못하면 직업으로서 농사를 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료를 포함한 모든 농자재와 농기계 구입 때 불이익을 당한다. 정부의 농업보조금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협 가입을 못하니 농협 계통출하 대상에서도 원천 배제된다.

농업경영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1000㎡(300평)의 작은 농지만 구입하면 된다. 그러나 농사의 목적이 취미농이 아니고 전업농으로 생계를 꾸리는 데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비닐하우스로 3306㎡(1000평), 노지로는 3000평 이상의 땅을 가져야 전업농에 덤벼볼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다. 허나 땅값이 너무 비싸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하자면 추가로 수억원을 더 들여야 한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자료를 보면, 노지 3000평 감귤농사로 1년간 벌어들이는 수입이 평균 2500만원에 그친다. 큰돈을 들여 땅을 사서 농사짓는다는 건 시쳇말로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 물려받은 땅이 없는 사람은 농사짓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평범한 귀농인이 농사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길이 아주 막힌 것은 아니다. 생각하는 대안은 농지법 취지에 맞게 ‘합법적인’ 임대차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우리 가시리 마을만 둘러봐도 팔순이 넘어 농사짓기 힘들어 하는 고령농들이 많이 있다. 도시인이 상속받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농지도 도처에 널려 있다. 잠재적 임대 농지의 총공급은 넘친다. 내 땅이 없어도 300평 이상 농지를 임차하면 농업경영체 등록이 가능하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되 계약서를 주고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임차인이 농업경영체의 권리를 합당하게 누리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부분 농지 임대차가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는 현실이다. 농민들은 혹여라도 ‘8년 자경농민’이 누리던 양도세와 직불금 등의 혜택이 사라지지 않을까 막연히 불안해한다. 국세청은 일시 임대를 준다고 하더라도 전체 자경 기간을 합산해 8년만 넘으면 농지 양도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지를 임대하더라도 양도세 혜택이 사라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농지 이용 증진을 위해서도 임대차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 두가지 작은 제안을 한다.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려는 농민들의 막연한 불안을 해소해주기 바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농민 교육에 나서면 나아질 것이다. 또 하나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임차인 대상에 일정 자격을 갖춘 귀농인도 포함시키는 게 어떨까. 지금은 농업경영체 등록자만 가능하다.

김현대 농사저널리스트·전 한겨레신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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