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어떻게 살겠다는 생각과 정성 담아야

관리자 2024. 4.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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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집들이 참 많다.

몸도 생각도 집에 맞춰 산다.

그것이 집짓기 정성의 전부고 그런 집이 좋은 집이라 생각한다.

우리 전통 집짓기의 상량문은 바로 내가 짓는 집에 대한 정성과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생각과 정신을 담아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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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마을·땅·집]
(10) 잘 지은 집, 좋은 집
건물 올리는 마음 담은 ‘상량문’
공사 시작 전 다짐삼아 써볼만

잘 지은 집들이 참 많다. 높고 크고 자재도 고급스럽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건축비도 많이 들였다. 이런 집이 좋은 집인가를 따질 때는 혼란스럽다.

집은 대표적인 부동산 상품이다. 아파트는 수시로 주인이 바뀐다. 경제적인 형편대로 돈에 맞춰 쉽게 사고판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좀더 좋은 위치에 큰 평수로 갈아탄다.

어느 집을 선택하든 쓰인 자재는 비슷하고 평면도 고만고만하다. 건축회사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공급하다보니 주인의 세세한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몸도 생각도 집에 맞춰 산다.

그런 것이 싫어 내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살 나만의 집을 찾아 시골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 머릿속으로 하루에도 수십채의 집을 설계해 짓고 부수고 다시 고쳐 짓는다. 이거다 싶으면 땅을 사고 허가받아 공사를 시작한다. 막상 해보면 생각 같지 않다. 지으면서도 수없이 바꾸고 고친다. 마무리 지을 때가 되면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집 지으면 늙는다는 이유다.

집 짓는 사람들은 우선 어떤 구조에 어떤 자재를 쓸 것인가에 전력을 다한다. 설계도를 수백개 그려보고 좋은 자재를 찾아 여기저기 수없이 다녀본다. 다음에는 누구한테 맡겨야 뒤통수 안 맞고 싸게 지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많은 업체를 만나 견적을 받아보며 좀더 싸게 잘 지으려고 머리를 굴린다. 공사 중에도 손해 보지 않고 하나라도 더 챙기려 업자들과 아귀다툼한다. 그렇게 지으면 잘 지을 수 있고 또 그렇게 지어야 좋은 집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것이 집짓기 정성의 전부고 그런 집이 좋은 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집은 그게 아니다. 어떤 마음과 정성을 담아 짓는가다. 부모님을 모시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짓는 집이라면 그런 마음을 담아야 한다. 내가 지은 집에서 어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것인가를 희망한다면 마음가짐도 그래야 한다.

우리 전통 집짓기의 상량문은 바로 내가 짓는 집에 대한 정성과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생각과 정신을 담아 쓰는 글이다. 집 공사 중 최상부인 종도리(마룻도리)를 올릴 때 길한 날을 받아 상량제를 지냈다.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 일하느라 고생한 인부들은 물론 이웃과 나누는 축제의 날이었다.

주인은 이날 집 짓는 생각과 마음을 담아 쓴 긴 축문을 올렸다. 시간이 가면서 변형돼 천정 대들보에 글귀 하나 쓰는 것으로 간소화했다. 요즘 상량제는 물론이고 대들보에 쓰는 한줄짜리 상량문을 쓰는 풍경조차도 보기 힘들다.

지금 집을 짓고 있다면, 집 지을 계획이 있다면 마음을 담아 미리 상량문을 지어보면 어떨까. 그 글을 집의 소중한 공간에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것이 바로 좋은 집을 정성껏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누가 살아도 해 뜨면 따뜻하고, 낮엔 윤택하고 밤은 평온하며, 어느 계절도 거스르지 않는 저기 바람 흘러가는 숲이나 강 들꽃이 되어도 부끄럽잖은 집이 되게 하소서.” 필자가 집을 지을 때 쓴 긴 상량문의 일부다. 나무판에 새겨 벽 한쪽에 걸어 놓고 이따금 올려다본다. 집 지을 때 마음이 새롭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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