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에 밀려 약용작물 씨마른다

서효상 기자 2024. 4.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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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장동면에서 30년째 약용작물 농사를 짓는 농민 이정은씨는 10년 전만 해도 1만6500㎡(5000평) 안팎 규모로 '황금'과 '패모' 등을 재배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중국산으로 수요가 대체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이 정도로는 국산 약용작물 생산 소멸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넘은 한약재 수급조절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국내 생산기반 실태를 전수조사해 수급조절 대상 품목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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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생산량 10년새 172t서 7t
지모는 재배면적·생산량 ‘0’
가격 경쟁력 떨어져 수요급감
한약재 수급조절제 점검을

전남 장흥군 장동면에서 30년째 약용작물 농사를 짓는 농민 이정은씨는 10년 전만 해도 1만6500㎡(5000평) 안팎 규모로 ‘황금’과 ‘패모’ 등을 재배했다. 황금은 해열 효과가 있는 약용작물로 한약 제조에 많이 사용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패모는 천식·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 이씨는 황금·패모를 더이상 재배하지 않는다. 이씨는 “국산 황금·패모를 애써 키워봤자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시장 자체가 사라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해마다 펴내는 ‘특용작물 생산실적’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 황금 재배면적은 39㏊, 생산량 172t이었다. 하지만 꼭 10년 후인 2022년 황금 재배면적·생산량은 4㏊, 7t으로 급감했다.

갱년기 증후군 예방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약용작물 ‘지모’는 2012년 1㏊, 2t으로 명맥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엔 재배면적·생산량 모두 ‘0’이 됐다. 국산 지모의 씨가 마른 것이다.

소비자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맥문동’ 역시 같은 기간 80㏊, 325t에서 33㏊, 81t으로 각각 줄었다.

국산 약용작물 생산기반이 붕괴 상황에 처한 것은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이씨에 따르면 국산 황금 600g의 소비자자격은 3만원이지만 외국산은 30% 수준인 9000원에 그친다. 이씨는 “외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크게 밀리니 수요가 급감했다”면서“나 외에 주변 농가들도 황금·패모 농사를 전부 그만뒀다”고 말했다.

강선원 선일생약 대표는 “맥문동은 국내 이상기후 여파로 작황이 부진한 탓도 일부 있지만 값싼 중국산 맥문동이 많이 들어오면서 ‘국산 가격 하락→ 농가소득 감소 →재배면적 위축’이란 악순환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약용작물업계에선 당장의 가격 경쟁력만을 좇다보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 대표는 “수입 약용작물의 95%를 차지하는 중국산도 최근 들어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들쑥날쑥한다”며 “중국산이 생산 감소로 가격이 급등한다면 이미 국산 약재는 사라진 뒤라 비싼 돈을 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산을 들여올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정부 또한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생산기반 보호와 유통 한약재 가격안정을 위해 일부 수입량을 제한하는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를 1993년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관계자는 “관련 생산자·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한약재수급조절위원회에서 매년 국내 약용작물 생산량을 예측해 적정량의 외국산만 국내로 반입하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500종이 넘는 한약재 가운데 수급조절 대상 품목은 구기자·당귀·맥문동·산수유·오미자·일당귀·작약·지황·천궁·천마·황기 등 11개에 그친다. 1993년 10월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엔 70개를 수급조절 대상 품목으로 정했었다. 이후 1995년 3월 29개로 크게 줄인 이후 2001년 21개, 2004년 18개, 2006년 14개, 2015년 11개로 꾸준히 감축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중국산으로 수요가 대체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이 정도로는 국산 약용작물 생산 소멸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넘은 한약재 수급조절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국내 생산기반 실태를 전수조사해 수급조절 대상 품목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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