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투석' 교수 사직에 "아픈 아이들 두고" vs "정부 책임"

서울대병원 소아신장과 교수 2명, 8월 사직 희망
국내 투석 받고 있는 소아 환자 '절반 이상' 진료 중
"고난도에 고위험인데 보상은 적은 체계가 문제"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환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과대학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포함한 정부의 의료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과 교수 일부가 병원을 떠나겠다고 말하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최근 사직 희망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3일 뉴시스에 따르면 강희경·안요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직 희망일이 8월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다.

소아신장분과는 체중이 35kg 미만인 만성 콩팥병 환아를 대상으로 투석 치료를 한다. 이들은 "소변 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만성 콩팥병 등으로 투석을 받는 소아 환자는 50~60명 정도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이번에 사직 의향을 밝힌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뿐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은 안내문을 통해 서울 강북(3곳)과 강남(3곳), 경기(7곳), 지역병원(9곳) 등 전원이 가능한 병원들을 공지했다. 소아 환자들을 받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소아 신장 전문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천적인 장애로 콩팥의 기능이 저하된 소아들은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받으려면 4년은 대기해야 한다. 콩팥을 이식받을 때까지 주에 3회는 병원을 찾아 4시간씩 혈액 투석을 받거나 매일 집에서 최대 10시간 동안 복막 투석을 받아야 한다.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적은 것은 소아신장분과가 '고난도·고위험·저보상' 진료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환자는 성인보다 체구가 작아 투석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감염 등 합병증 위험도 높다. 소아 전문 인력이나 치료제, 장비를 갖추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적절한 수가 등 보상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이를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시민들은 사직을 예고한 교수들을 비판했다. 이들은 "어떻게 아픈 아이들을 두고 사직할 생각을 하나. 이럴수록 의사 인원 더 늘려야 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사태인 것 같다" "적어도 의사를 존경할 이유는 없어졌다" "물론 저수가는 문제지만 의대 증원이랑 엮는 이유는 뭔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필수의료과의 주장을 들어줘야 한다는 입장도 많았다. 누리꾼들은 "저분들은 여태껏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조용히 일하던 분들이다. 이분들을 사직하게 만든 건 정부다" "지금 사직하는 사람들은 필수의료과 사람들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아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라" "(사직 이유가) 밥그릇이나 돈 때문이면 저 사람들이 왜 소아신장과에 있겠냐"라고 댓글을 남겼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