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체조팀 주치의 성범죄 방관한 FBI, 피해자에 1900억 지급 합의
30년간 여자 체조 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전 미국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60)의 피해자 90여명이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정부가 총 1억달러가 넘는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미 법무부는 23일 나사르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FBI를 상대로 제기한 139건의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총 1억3870만달러(약 1909억원)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나사르의 혐의가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어야 한다”며 “이번 합의가 나사르가 가한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범죄 피해자들이 지속적인 치유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나사르는 1986년부터 30년간 330명 넘는 여자 체조 선수와 환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2015년 7월 신고를 받고 일부 피해자를 상대로 인터뷰까지 했지만,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 나사르에 대한 수사는 전직 체조 선수였던 레이철 덴홀랜더 변호사가 2016년 9월 일간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나사르는 2018년 1월 법원에서 40~17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는 작년엔 다른 수감자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리기도 했다. 목과 등 부위에 각각 2번, 가슴 부위에 6번 찔렸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시몬 바일스, 알리 레이먼즈, 매카일라 마로니와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인 매기 니콜스는 지난 2022년 각각 5000만달러(약 628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나머지 참여자들도 대체로 1000만달러(약 125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FBI가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첫 조사에 나선 것은 2015년 7월이었지만, 수사가 미뤄지면서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다. 특히 수사 초기인 2015년 피해자 마로니의 진술을 청취한 FBI 요원은 나사르가 기소된 이후인 2017년까지도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FBI뿐 아니라 미국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위원회도 나사르의 범죄를 방치한 책임에 대해 피해자 500여명에게 소송을 당한 뒤 2021년 12월 총 3억8천만달러(약 5천228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결했다.
AP에 따르면 앞서 나사르가 수년간 일하며 범죄를 저지른 미시간주립대도 이를 방치한 책임으로 피해자 300여명에게 5억달러(약 688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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