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前총리, 트럼프 회동… ‘아베 통역사’도 투입 채비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4. 2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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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트럼프 재집권 대비 전방위 확대
약 20개 로비회사 계약, 年 5000만 달러 지출
아베 통역사 출신 외교관도 투입 고려
지난 2019년 5월 26일 일본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 골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카트에 탑승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 뒤쪽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사람이 통역사인 일본 외교관 다카오 수나오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23일 저녁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2주 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국빈 방미(訪美)를 통해 ‘미·일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선언한 일본이 이번에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다각도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와 각별했던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통역사도 투입할 채비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아소 부총재와 트럼프 간 회동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가 복귀할 경우 보호 무역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기조가 일본 경제, 미·일 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해 일본은 트럼프에 줄을 대왔다”고 했다. 이번 회동은 바이든과 기시다 정상회담 이후 2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고 개인적인 일정”이라 선을 그었지만, 자민당 내 아소 부총재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번 회동이 단순한 친목 도모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해 한일관계 정상화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는데, 이때도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의제 조율이 이뤄졌고 ‘셔틀 외교’ 복원의 계기가 됐다.

바이든 정부가 해외 정상들이 트럼프와 앞다퉈 만남을 갖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일본은 여러 경로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워싱턴DC의 로비·전략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네비게이터스 글로벌’과 월 1만2000달러(약 1600만원) 짜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도 트럼프와 가까운 플로리다의 로비 회사 ‘발라드 파트너스’를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 담당자 출신이 창업한 펌 등과 신규 계약을 맺었다. ‘오픈 시크릿’ 자료를 보면 일본은 지난해 대미 로비에 약 4900만 달러(약 670억원)를 사용했다. 일본은 미 정·관계 접촉을 위해 약 20여개 로비 회사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미 정·재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이달 10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주재한 국빈 만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건배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과거 트럼프와 아베 전 총리 간 통역을 담당했던 하버드대 출신 다카오 수나오를 미국 주재 일본 대사관에 파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복귀에 대비해 그와 접점이 있는 인물을 외교에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다. 다카오는 2016~2020년 있었던 미·일 회담에서 아베의 통역을 담당해 주목 받았다. 조슈아 워커 재팬 소사이어티 회장은 언론에 “트럼프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업무에 투입하려는 일본 관리들의 노력이 ‘광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11월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 트럼프 타워를 찾아가 금장 골프클럽 등을 선물했다. 이같은 선제적 외교는 두 정상 간 ‘밀월 외교’로 이어졌고, 트럼프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방하게 된 데에는 아베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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