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너도나도' 국제학교 유치… "간판만 글로벌"

김혜지 2024. 4. 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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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부산·대구 등 10여곳
지방 소멸 위기 극복 '사활'
기존 학교 내국인이 더 많아
"차별성 없어 장기적 효과 의문"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감도. 전북도 제공

전국의 여러 자치단체가 인구 감소·지방 소멸 문제 해법으로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유치가 성공의 관건이지만, 기존 국제학교도 외국인보다 내국인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유사한 형태의 학교들만 늘어나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전북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전북도는 2026년 개교를 목표로 새만금에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에 외국 투자 기업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생활 여건 개선 차원에서 외국인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비나 학교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정원의 70%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대구 국제학교 사례를 참고해 용역을 실시했으며,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도비 등을 투입할 방침이다.

국제학교가 들어설 새만금 수변도시(661만㎡·약 200만 평)는 지난해 6월 매립이 완료됐다. 이 중 학교와 문화체육시설‧공공청사 등이 결합된 복합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설 1공구(271만㎡·약 82만 평) 조성 사업은 2026년 7월 완료된다. 주민들은 이듬해부터 입주할 예정이다.

전북자치도는 '국제 K-POP 학교'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도는 부지 매입·시설 건축, 학교 운영 자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원은 800명이며, 이 중 70%를 외국인으로 채울 계획이다. K팝 학교 부지는 지난해 8월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린 부안군 새만금 게이트웨이를 우선 점찍어 놓았다. 매립은 완료됐으나, 조성 사업 계획은 미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K팝 문화 교육시장을 선점해 외국인 학생 유치를 통한 청년층 유입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도 K팝 고등학교가 들어선다. 부산시교육청은 202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강서구 죽림동가락중학교(폐교) 부지에 '글로벌 K-POP 스쿨'을 짓는다. 당초 2028년 3월에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개교 시점을 2년 앞당겼다. 정원 240명 중 50%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선발한다.

타 지역들도 외국인 유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국제학교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인근 미군기지와 삼성 반도체 평택 캠퍼스, 5개 외국인 투자단지 등이 조성된 만큼 내·외국인 유치를 통해 인구 1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경남 창원시는 진해경제자유구역 내 우수한 교육환경을 조성해해외 투자 유치를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대구 수성구를 비롯해 강원도 양양·홍천군, 춘천시·평창군 등 10여 곳도 설립 논의에 착수했다. 국제학교 4곳이 있는 제주도도 추가 설립을 검토 중이다.

국제학교 4곳이 들어선 제주영어교육도시 전경.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하지만 이미 설립된 국제학교 학생 비율을 보면 내국인 비율이 더 많다.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외국교육기관인 인천 송도 채드윅은 외국인 597명·내국인 832명, 칼빈 매니토파는 외국인 123명·내국인 389명, 대구 국제학교는 외국인 79명·내국인 272명 등이 재학 중이다.

이 때문에 차별성 없는 국제학교만 우후죽순 늘어나면 경쟁만 과열되고 결국에는 내국인을 통한 정원 채우기에만 급급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별 분포도를 보면 서울·경기에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2022년 기준 서울·경기는 52.8%를 차지한 반면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은 각각 8.9%, 호남·제주권 7.6%에 불과하다. 전북이 추진 중인 K팝 학교만 보더라도 대도시인 부산에 비해 교육 환경과 생활 인프라 등이 뒤떨어져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공공갈등 지역혁신 연구소 소장)는 "국제학교를 짓는 것은 단기적으로 외국인 유치에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정주 여건 개선, 거주 시 각종 혜택, 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자기 계발 기회 부여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내국인 학생을 중심으로 지역 간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 국제학교 유치 현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전주=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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