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獨총리 “푸틴, 칸트 언급할 자격 없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4.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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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합리화에 악용” 비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임마누엘 칸트 탄생 3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푸틴은 감히 칸트(Kant)를 언급할 자격조차 없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2일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 탄생 300주년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작심 비판했다. 푸틴은 평소 “칸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라며 각종 연설에서 그의 사상을 언급해 왔는데, 이는 칸트를 제대로 이해 못 한 채 자기 합리화에 악용했을 뿐이란 것이다.

숄츠 총리는 이날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과학 및 인문학 아카데미가 주최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푸틴의 행태는 칸트의 사상과 정면으로 모순되나, 푸틴 정권은 온갖 방법으로 칸트와 그의 철학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적으로 칸트는 그의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에서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에 폭력적으로 간섭해서는 안된다’라고 했지만, 푸틴은 정확히 그 반대로 하고 있다”며 “푸틴이 칸트를 터무니없이 왜곡하고, 욕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어가 유창한 푸틴은 구(舊)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시절 동독에서 일하며 칸트 철학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개 석상에서 여러번 칸트를 언급했다. 2005년엔 “칸트는 전쟁을 통한 국가 간 분쟁 해결에 절대적으로 반대했다”며 “우리는 그의 이러한 가르침을 고수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그러나 9년 후인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 합병했고,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푸틴은 올해 초엔 “칸트는 인간 지성의 사용을 매우 중시했다”며 “이는 러시아가 국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70여 년 만에 유럽에 전쟁을 몰고 온 자신의 선택이 ‘국가 이성’에 의한 행위란 주장이다.

푸틴은 칸트 탄생 300주년을 맞아 대대적 행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트는 1724년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현재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으로 소련에 합병됐다. 숄츠 총리는 “칼리닌그라드에선 지금 칸트 초콜릿·와인·머그잔 등이 팔리고, 신혼부부가 칸트의 무덤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며 “이는 권력자(푸틴)의 개인적 열정의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을 겨냥, “칸트는 악의적으로 남에게 궤변을 늘어놓는 나쁜 습관을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理性)과 이에 기반한 윤리(도덕)의 문제를 집중 탐구한 철학자다. 프랑스혁명과 과학혁명의 기반이 된 계몽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후 프리드리히 헤겔까지 이어지는 독일 관념론의 문을 열었다. 1795년엔 ‘영구평화론’을 통해 국가 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유엔(UN·국제연합)의 사상적 기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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