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특혜’ 논란에도...巨野, 입법권력 쥐고 유공자법도 강행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과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국민의힘은 “반체제 시위자까지 유공자로 둔갑시킨다” “가맹점주에게 사실상 노동조합과 같은 권한을 부여해 시장경제를 왜곡한다”며 반대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제2의 양곡법’ 등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양곡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인데, 이를 일부만 고쳐 다시 본회의에 올렸다. 총선 압승을 배경으로 민주당이 ‘일방통행’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민주유공자법은 4·19나 5·18처럼 별도의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가족도 유공자로 예우받도록 하는 법이다. 이에 대해 여당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은 “(학생들 화염병으로) 경찰관 7명이 순직한 동의대 사건도 민주라는 이름만 붙이면 해당이 된다”며 “절차적인 면, 내용적인 면 모두 민주유공자법이 아니라 반(反)민주 유공자법이다”고 했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국가보안법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인사들은 심사 대상 자체에서 배제되도록 법 조항을 고쳤다는 입장이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에 사실상 근로자처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가맹 본부가 단체의 협의 요청에 불응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다. 민주당 간사 홍성국 의원은 “하루가 다르게 유통 빅테크(대형 정보 기술)들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은 하나의 프랜차이즈에도 다수의 노조가 생겨 본사와 점주 간의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두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각각 총투표수 15표 중 찬성 15표로 의결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12월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다. 국회법은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 이상 지나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올리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민주당은 소속 위원 11명 뿐만 아니라 진보당 강성희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 등 친민주당 성향 의원들을 설득해 정족수를 채웠다.
이날 정무위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은 종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다치거나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829명을 민주유공자로 지정·예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도 추진했다가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일자 중도에 거둬들였지만, 총선 압승을 계기로 민주당이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의 문제는 대상자 명단과 공적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심사’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가보훈부는 민주 유공 대상자 829명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지만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과거의 반정부 시위, 불법 파업, 무단 점거 농성,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 등 각종 시위 사건과 관련해서 사망·부상당했던 사람들까지 민주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다. 경찰들이 사망한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관련자들까지 유공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작년 12월 국가보안법, 형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인사들은 심사 대상 자체에서 배제되도록 법 조항을 고쳤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보훈부에 별도 위원회를 두면 된다고 하지만 명단이나 공적 사안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심사를 하느냐”고 했다. 보훈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의 경우 국가유공자와 달리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민주유공자로 등록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2021년 법 추진 때 문제가 됐던 자녀들에 대한 교육·취업 지원 등 과도한 혜택 부분도 민주당은 “삭제했다”고 했지만, 일단 법이 제정되면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함께 통과된 가맹사업법은 유통업계가 극렬 반대하는 법안이다. 가맹점주들이 구성한 가맹점주 단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된 가맹 사업자 단체는 가맹 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가맹본부는 사업자 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해야 하고,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고발 등 제재가 부과된다. 사업자인 가맹점주들에게 사실상 근로자에 준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부여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법 조항엔 ‘단체등록제’ ‘협의 요청권’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만약 복수의 단체들이 난립하고 저마다 협의 요청을 할 경우 본사의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지고,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무위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수많은 단체를 양산할 수 있어 업종별로 협상권을 가지면 극도로 혼란이 생긴다”며 “(소관 상임위) 수석전문위원 등도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통과시킨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했다. 공정위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다수의 점주 단체가 반복적으로 협의를 요청해 가맹본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동의대 사건
1989년 5월 3일 부산 동의대 도서관에서 전투경찰 5명을 인질로 잡고 시위 중이던 학생들이 인질 구출을 위해 진입한 경찰을 막으려 화염병을 던져 발생한 화재로 경찰관 4명과 전투경찰 3명이 순직한 사건.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 등 46명이 2002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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