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또 참전… 더 불붙는 스포츠 중계 OTT 전쟁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4.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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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FIFA 클럽 월드컵 중계권
애플TV, 10억달러에 계약 임박
그래픽=김성규

애플이 2025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정상급 축구팀들의 대항전인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이달 내 애플과 FIFA가 중계권 계약을 마무리 짓고 공식 발표에 나설 예정”이라며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FIFA가 단일 회사에 주요 경기의 글로벌 독점 중계권을 넘기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FIFA 클럽 월드컵’을 자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중계할 예정이다. 현재 추진 중인 계약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과 FIFA의 중계권 계약에는 ‘무료 방송권(Free to air·FTA)’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무료 방송권은 중계권을 확보한 업체가 콘텐츠를 다른 공중파 채널이나 업체에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뉴욕타임스는 “한 달 동안 이어질 스포츠 이벤트가 ‘애플TV플러스’ 가입자에게만 제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FIFA 클럽 월드컵이 글로벌 축구 팬들이 주목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현재 구독자 수 기준 글로벌 10위권 OTT인 애플TV플러스가 단숨에 경쟁자들을 따라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OTT들 간에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포츠는 전 세계적으로 ‘골수팬’이 많아, OTT 입장에선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라도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려고 공을 들이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OTT의 ‘킬러 콘텐츠’ 된 스포츠 중계

애플은 내년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 독점 중계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3780억원)를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 대회는 주요 대륙별 클럽 대항전 우승팀과 주최국 리그 우승팀이 참여했지만, 내년부터는 참가팀이 32개로 늘어난다. FIFA가 월드컵에 준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키우기로 한 만큼, 거금을 들여서라도 축구 팬들을 자사 OTT 구독자로 흡수하겠다는 것이 애플의 구상이다.

애플은 이 계약을 포함해 축구 경기 독점 중계에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2022년 25억달러를 투자해 미국프로축구(MLS)의 10년 독점 중계권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MLS의 연간 중계권 가격의 3배를 주고 따낸 계약이었다. 하지만 축구 수퍼스타인 리오넬 메시가 MLS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른 지난해 7월 21일 하루 사이에만 해당 경기를 보려고 애플TV플러스의 ‘MLS 시즌 패스’ 시청권을 구매한 구독자가 11만명 넘게 늘어났고, 7월 한 달간 ‘메시 효과’로 신규 구독자를 28만8101명 확보할 수 있었다. 테크 업계에선 “전례 없던 구독자 상승 효과를 본 애플은 FIFA 클럽 월드컵 독점 중계를 따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선두 OTT 기업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독점 중계를 따내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아마존은 내년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기존에 해당 이벤트를 독점 중계하고 있던 NBC유니버설(NBCU)과의 경쟁에서 이겼다. NBCU가 운영하는 OTT인 ‘피콕’은 지난달 열린 올 시즌 NFL 플레이오프 경기를 독점 중계하며 사흘간 신규 가입자를 280만명 확보했다. 올 1월에는 글로벌 1위 OTT인 넷플릭스가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주간 프로그램인 ‘러(RAW)’를 내년부터 미국·캐나다·영국·중남미 등에서 10년간 독점 중계하기 위해 50억달러의 계약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방송사들도 OTT로

한편 OTT 산업의 부상으로 ‘코드 커팅(유료 방송 해지)’ 위기에 처한 방송사들 역시 자체 OTT를 통해 스포츠 중계 확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V 시청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가운데, 기존 방송사들 역시 OTT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온라인 광고 및 구독료를 새로운 수입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지난달 자체 OTT인 ‘ESPN+’에서 대학 미식축구 플레이오프 단독 중계권을 6년 연장하는 데 78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NBC는 ‘피콕’을 통해 미국에서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OTT들과 기존 방송사들이 스포츠 중계 쟁탈전을 벌이며 미국 스포츠 중계권 거래액은 올해 295억4000만달러에서 2027년 3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십 년간 스포츠를 TV에서 무료로 시청해 온 스포츠 팬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디즈니, 폭스,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각자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가 중계중인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통합 구독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아마존이나 애플,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으면 중요한 경기들을 볼 수 없다”며 “스포츠 팬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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