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한겹 한겹 쌓아 ‘환상’을 빚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4월 월례 독회를 열고 김나현 소설집 ‘래빗 인 더 홀’과 문지혁 소설집 ‘고잉 홈’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김나현의 ‘래빗 인 더 홀’은 수수께끼로 가득하고 환상적 색채가 짙다. ‘안의 세계’에는 말 그대로 눈[眼]이 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로쿰’은 어느 날 갑자기 내 몸에 생긴 구멍이 점점 커지며 기억을 차츰 잃어가는 내용. 표제작 ‘래빗 인 더 홀’은 바이러스 창궐 이후 혼자 남은 토끼가 화자다. 토끼는 집 안에 있는 검은 구멍에 매혹돼 몸을 던진다. 정명교 위원은 “얼핏 보면 동화 같은 소설인데 자세히 읽으면 오늘날 서민의 삶을 적절히 반영하는 ‘리얼한 이야기’를 기본 제재로 둔다”고 했다. 회사, 대출, 내 집 마련, 소음, 보상금 같은 소재가 배경이다. 김동식 위원은 “삶에 잠재돼 있는 삶의 가능성을 환상의 형태로 불러들여 잠시나마 들여다보려는 작가의 몸짓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했다. 김인숙 위원은 “작가의 이야기가 쉽게 들린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며 “스토리의 긴장을 한 겹 한 겹 쌓아나가면서 동시에 한 겹 한 겹 풀어낸다.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보폭이 맞는 느낌”이라고 했다.
문지혁의 ‘고잉 홈’은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한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었다. 아홉 편의 소설은 미국에 터를 잡고 사는 한국인 이민자나 유학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쓸쓸함이 기저에 깔렸다. 구효서 위원은 “어쩌자고 미국에서의 삶을 이토록 반복해 이야기하는 것일까”라면서도 “어떤 문장을 보면 이상한 신뢰가 생겨버린다”고 했다. 그는 “소설 속 존재들은 한국과 미국, 현재와 과거, 나와 너, 무엇보다 이 언어와 저 언어 사이에 외롭게 놓여 있다”며 “그 소외를 어떤 소외로 인식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승우 위원은 “힘을 쫙 빼고 기교 없이 쓰는 것 같은데도 의미심장해서 묘하다”면서 “일상의 한 장면을 뽑아낸 ‘생활’을 너무나 태연하게 소설로 만드는 솜씨가 제대로”라고 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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