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24% 상승… 금보다 수익률 좋은 ‘탄소배출권 ETF’

이혜운 기자 2024. 4.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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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ETF 중 최고 수준 상승률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여의도 직장인 최모씨는 3년 전부터 탄소배출권에 투자 중이다. 최씨는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인공지능(AI)처럼 장기간 지속될 투자 테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파는 것인데, 통상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의 석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상승세를 보인다. 탄소배출권을 직접 거래할 수도 있지만, 증시에 상장된 탄소 배출권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할 수도 있다.

◇탄소배출권 ETF, 금보다 수익률 좋아

올 초 30% 가까이 떨어졌던 탄소배출권 ETF가 최근 전체 ETF 상품 중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너도나도 금(金) 사기’ 열풍이라는데, 탄소배출권 ETF들은 금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다.

그래픽=양인성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ETF인 ‘SOL 유럽탄소배출권S&P(H)’는 24.03%,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23.90%의 수익률을 보였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도 13.25%,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도 12.71%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금 ETF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18.69%, ‘KODEX 은선물(H)’은 12.47%, ‘ACE KRX금현물’은 17.94%, ‘TIGER 금은선물’은 10.68%을 보였다. 또 이 기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2167달러에서 2376달러로 올라 금에 직접 투자했더라도 수익률은 9.6%로 탄소배출권 ETF 상승률에 못 미친다. 한편 이달 들어 국내 탄소배출권(KAU23) 가격도 6% 상승했다.

◇전문가들 “위험 분산 수단으로 투자”

탄소배출권 ETF 수익률이 최근 상승세를 탄 이유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저점을 찍었다는 전망에 더해 최근 중동 위기 심화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지면, 대체재인 석탄 사용량이 늘어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가격도 덩달아 상승한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한때 톤당 52.2유로까지 하락했던 EU(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라 이달 초 18.11% 반등하며 글로벌 탄소배출권 지수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2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지역별 탄소배출권 가격은 EU 26.6%, 영국 9.2%, 글로벌지수 13.8%, 한국 2.5%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은 최근 6개월로 보면 17.9%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불확실성 커지면서 당분간 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위기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관련 이슈의 변화에 따라 유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에서도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연간 탄소배출권 거래액은 13.9% 증가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중국에서도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량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투자를 중동 위기가 격화될 때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 탄소배출권 ETF는 오르는 메커니즘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과 달리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탄소배출권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였던 올 2월만 해도 탄소배출권 ETF들은 30%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탄소배출권

탄소배출권이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일정 기간 배출할 권리다. 정부가 매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탄소 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에 비용을 지불하고 사서 쓰도록 한다. 기업은 남거나 모자란 배출권을 한국거래소 배출권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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