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7> 탁영 김일손이 일두 정여창과 섬진강변에서 노닐며 읊은 시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4. 4.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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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결 넓디넓은데 노 젓는 소리 부드럽고(滄波萬頃櫓聲柔·창파만경노성유)/ 소매 가득 맑은 바람 도리어 가을인 듯하네.

/ 고개 돌려 다시 보아도 (지리산) 진면목이 아름다운데(回首更看眞面好·회수갱간진면호)/ 한가한 구름은 자취 없이 두류산을 스쳐 지나가네.

김일손의 위 시는 정여창의 그 시에 차운한 작품으로, 섬진강에서 느낀 봄 정취와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를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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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구름은 자취 없이 두류산을 스쳐 지나가네

- 閒雲無迹過頭流·한운무적과두류

푸른 물결 넓디넓은데 노 젓는 소리 부드럽고(滄波萬頃櫓聲柔·창파만경노성유)/ 소매 가득 맑은 바람 도리어 가을인 듯하네.(滿袖淸風却似秋·만수청풍각사추)/ 고개 돌려 다시 보아도 (지리산) 진면목이 아름다운데(回首更看眞面好·회수갱간진면호)/ 한가한 구름은 자취 없이 두류산을 스쳐 지나가네.(閒雲無迹過頭流·한운무적과두류)

위 시는 조선 중기 문신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1464~1498)의 ‘백욱 정여창과 함께 두류산을 유람하고 돌아와 악양호에서 뱃놀이하다’(與鄭伯勖汝昌同遊頭流 歸泛岳陽湖)’로, 그의 문집인 ‘탁영집속(濯纓集續)’에 있다. ‘두류시(頭流詩)’로도 알려졌다. ‘백욱(伯勖)’은 정여창(鄭汝昌·1450~1504)의 자(字)다.

김일손은 1489년(성종 20) 4월 14~28일 15일 동안 정여창과 지리산을 유람하였다. 지리산을 내려와 김일손이 “큰 산을 둘러보았으니 악양으로 가 큰 강물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정여창은 거처가 있는 하동군 악양으로 가며 ‘두류산을 유람하고 화개현에 도착하여 지음’(遊頭流山到花開縣作·유두류산도화개현작) 또는 ‘악양(岳陽)’이란 시를 지었다. 김일손의 위 시는 정여창의 그 시에 차운한 작품으로, 섬진강에서 느낀 봄 정취와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를 읊고 있다.

김일손은 점필재 김종직의 문인으로 무오사화 때 희생됐다. 두류(頭流)는 지리산의 별칭이다. 첫 구에서 넓은 물에 배 띄우고 노닐며 느낀 감정을 묘사했다. 둘째 구에서 동정호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읊었다. 셋째 구에서 유람하고 돌아온 지리산을 뒤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결구인 넷째 구에서는 한가한 구름이 스쳐 지나는 지리산 모습을 드러내었다.

동정호는 섬진강변에 있다. 신록이 짙어가는 요즘 섬진강 물색은 조금 진한 연두색이다. 사시사철 섬진강을 보며 물색은 언제나 계절의 색과 같다는 걸 느낀다. 어제 하동읍내에서 화개로 오면서 섬진강 물색이 좋아 한참 보았다. 동정호 물빛도 섬진강 물색이었다. 김일손과 정여창이 이곳에서 노닐던 모습이 상상되었다. 해질 무렵 섬진강변에서 첩첩의 지리산을 보면 그 광경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황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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