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신경 꺼라”…점점 ‘미국 먼저’ 챙기는 美 국민들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른 국가들이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해 방위비 등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미국은 민주·공화 정치 성향을 떠나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리더십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그러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국 이익·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타국 갈등에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국을 우선하는 외교 기조인 ‘고립주의’ 주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내부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미 대중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대선 유세 현장에서 “(재임 시절 나토의 한 회원국에) 돈을 충분히 내지 않으면 러시아 침략을 용인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미국 성인 3600명을 조사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였다. 반면 대외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앞서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퓨리서치센터가 같은 질문으로 조사했을 때는 국내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율이 74%였는데 5년 만에 9%포인트 증가했다.
또 응답자의 42%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이 세계 질서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이 같은 여론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서 더 확연히 드러났다. 공화당 지지자는 54%가 이같이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33%에 그쳤다. 미국 내 여론 지형 변화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는 한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고 미국의 부담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외교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미국인 다수는 테러 공격 방지(73%), 불법 마약의 국내 유입 방지(64%) 등 미 본토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유엔 강화(31%), 나토 강화(27%), 우크라이나 지원(23%), 이스라엘 지원(22%) 등 동맹 외교와 관련된 응답은 하위권을 형성했다. 세계 난민 지원, 세계 민주주의 증진(각 18%) 등 전통적 가치 외교는 최하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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