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아시아 반도체 강국 전력 믹스의 함의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2024. 4. 24. 02: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

RE100, 즉 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은 기업이 자사 공장가동에 사용하는 전력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공급되는 기자재의 생산과정에서도 전적으로 재생에너지만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주창자들은 애플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자사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에 RE100을 요구할 것이므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더딘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가 낭패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반도체 제조용 노광장비를 독점납품하는 네덜란드 ASML이 슈퍼 을로서 장비 수요자에게 RE100을 요구하므로 삼성전자가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일 수 없음은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 대만, 일본의 무탄소 전력 실정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보유국인 대만은 2022년 석탄과 가스를 포함한 화력발전 비중이 84%다. 무탄소 전력은 1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무탄소 전력비중은 각각 32%, 37%로 3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원자력발전 비중이 29%로 높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을 보면 일본이 23%로 제일 높고 우리나라와 대만은 각각 7.8%, 7.7%로 유사하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것은 9.4%인 태양광에 더해 수력이 9.2%를 차지할 만큼 많아서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지형 여건상 수력비중이 높을 수 없다.

우리나라 태양광은 4.5%로 일본의 반 정도 되지만 일본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3.8배인 점을 고려하면 단위면적당 태양광 밀도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고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다. 3국 모두 풍력비중은 작지만 그래도 그 중 대만이 1.2%로 제일 높기는 하다.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 우려 때문에 풍력발전기 설치가 쉽지 않고 우리나라는 풍속이 낮아 발전단가가 높은 게 풍력이 저조한 이유다. 대만은 해상풍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지만 워낙 화력발전 비중이 높고 더구나 탈원전을 하기에 RE100은 불가능하다.

챗GPT(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활용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에 GPU 서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엔비디아(NVIDIA)의 TSMC에 대한 반도체 주문이 급증해 TSMC는 근래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며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보다 많다. 이런 기업이 대만에서 불가능한 RE100 때문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오히려 TSMC나 삼성전자 같은 대형 반도체회사는 고품질의 대전력이 필요하기에 원자력과 같은 안정적인 청정 전력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전력 다소비 기업 1, 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2022년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5GWy(기가와트-연)에 달했다. 이는 원전 3기가 필요한 막대한 전력량이다. 현재 조성이 추진되는 경기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에는 총 10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 중 3GW는 우선 단지 내 LNG발전소를 건설해 충당하기로 돼 있다. 재생에너지 확충계획이 수립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반도체산업에 안정화한 전력이 필수임을 방증한다. 그런데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1GW 용량의 LNG발전소가 1년간 가동하면 약 35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3GW면 연간 1000만톤 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달성과정에서 RE100이 절대 선이 될 필요는 없다. 목표는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처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해 전력뿐만 아니라 비전력부문에서 탄소감축을 이뤄가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CF100(Carbon Free 100%)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선 재생에너지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대만과 일본의 동참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