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87] 울릉도 오징어내장탕
아침 해가 곧 떠오를 것이라는 방송에 눈을 떴다. 영일만을 떠나 밤새 바다를 가르며 사동항에 도착했다. 울릉도 도착 시각을 해 뜨는 시간에 맞춘 것이다. 하룻밤을 배에서 지내고 도착해 오롯이 하루를 즐길 수 있으니, 여행객이나 여행사나 반긴다. 곧바로 저동항으로 옮겨 오징어내장탕으로 허한 몸을 다스렸다. 뱃멀미에 오징어내장탕이 좋다는 속설도 있다.
오징어는 한때 저동항 위판장을 가득 채웠다. 오징어 배가 들어오면 포구는 활기를 띠었다. ‘저동어화’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밝힌 불빛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배가 들어오면 선주나 선원 가족만 아니라 주민들이 모두 나와 오징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 후 말렸다. 집으로 가져온 내장 중에서 생식소 부분 흰 내장은 호박이나 콩나물을 넣어 오징어내장탕을 끓였다. 기름이 많은 간은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숙성시켜 겨울식량으로 사용했다. 오징어누런창찌개다. 찬 바람이 나야 맛을 볼 수 있다. 오징어 당일 바리가 가능한 지역이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1960년대만 해도 오징어 한 축(20마리)과 쌀 한 말이 교환되기도 했다.
울릉도 오징어는 살오징어다. 오징어는 한류와 난류가 소용돌이치는 바다에 많이 모여들었다. 그곳이 울릉도와 독도와 대화퇴 사이 해역이었다. 명태가 떠난 뒤, 울릉도 어민들이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오징어였다. 오징어가 모여들면 섬 인구도 늘었다. 덩달아 건조 작업, 유통, 식당, 선박 등 울릉도 경기도 활발했다. 요즘 오징어잡이 어민은 울상이다. 일 년이면 기본으로 1000만~2000만원 적자를 감수한다. 포구에서 만난 어민 이야기다. 하염없이 오징어를 기다리든지 감척을 해야한다. 둘 다 쉽지 않다. 오징어가 명태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감척을 원하지만 예산이 확보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바다로 가야 할 어민이 명이나물을 뜯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군어인 오징어가 없는 울릉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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