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7] “그냥 저는 온라인 기사가 읽기 편해요”라는 말
‘물 마신 걸 왜 소셜미디어에 인증까지 하고 난리일까.’
얼마 전까지 인스타 피드를 보면서 요즘 사람들은 참 유별나다고 생각하며 냉동 피자를 전자레인지로 데워 우걱우걱 먹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하루에 몇 잔 이상 물을 마시는 걸 온라인으로 인증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건강한 재료로 손수 만든 샐러드 사진은 더 놀라웠다. 물건이 거의 없는 집을 보여주며 자신이 미니멀리스트임을 강조하는 피드를 보면서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영상이나 사진을 째려보고는 했다. 온라인 세상뿐 아니라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자기 텀블러로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갸우뚱했다. 그러다가 30대의 한가운데가 지나서야 깨달았다. 움직임이 확산한다는 건 결국 많은 사람이 그런 생활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함을 뜻하는 것임을.
편하다고 무조건 선택받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음료수가 없어서, 혹은 음료수를 살 돈이 없어서 MZ세대가 물 마시기 챌린지를 할까? 집을 채울 수 있는 여력이 안 돼서 미니멀리스트가 된 걸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기 삶에 뭐가 더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일정 시간 쓰지 못하게 하는 잠금장치도 나왔다.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이다. 비싼 휴대폰을 소비하고, 그것을 쓰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나오는 세상이다.
사람들에게 신문이 좋다고 하면 “그냥 저는 온라인 기사가 읽기 편해요”라는 답을 많이 한다. 그냥, 편해서? 누구보다 편한 걸 추구했던 사람이라 공감 가는 대답이지만, 지금 나는 오로지 편리함만으로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는다. 먹는 것뿐 아니라 정보 역시 내 몸에 축적되므로 되도록 좋은 정보를 소비하려고 노력한다.
정보는 많은데 건강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다. 소비하는 건 한순간인데 이 정보의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 게다가 나중에 잘못된 정보라고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처음 새겨진 정보는 머릿속에 희미한 흔적을 남긴다. 또한 유튜브 영상이나 단편적 온라인 기사로도 정치나 경제에 관해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개념 정도다. 거시적 관점을 가지려면 긴 글을 읽어야 하고 긴 글 중에서도 한 가지 분야에 국한된 정보가 아닌 경제, 사회, 문화, 정치를 아우르는 글을 읽어야 한다. 그런 것 딱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
어느덧 신문을 읽은 지 1년이 되었다. 사실 신문 들고 다니기가 아직도 불편하다. 여전히 나는 편리함과 불편함 중 대부분 편리함을 택한다. 우리 집 신문은 자주 대문 바깥에서 오래 머물고, 냉장고 모퉁이에는 물 대신 제로 콜라가 머문다. 고백하자면 저번 주 내내 신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내 가방에는 텀블러와 종이 신문이 있다. 조금 불편하지만 건강한 정보가 내 몸에 쌓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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