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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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비가 많이 내렸잖니.
"다른 누가 좀 도와줬으면 했는데 다들 바쁘더라. 사람이 그렇게 많아도 휙휙 지나가버리니 거기 있는 사람을 못 보는 거야. 나는 무릎이 아파 천천히 걸으니까 아무래도 보이지. 그 계단 아래가, 거기 계속 멈춰 있는 그 사람이." 약속 장소에 가서도 내내 마음이 쓰였다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눈에 밟힌다고 엄마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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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본 적도 없는 그 사람을 떠올렸다. 그가 지났을 좁고 불편한 길 때문이었다. 오래된 거리의 그 길은 미묘하게 경사가 있어 비나 눈이 오는 날 사람들이 많이 미끄러졌다. 상점들이 어지럽게 내놓은 입간판과 홍보패널 때문에 그나마 좁은 길의 절반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니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장례식장까지 차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라면 우산을 받쳐들고 그와 함께 차도를 걸을 수 있었을까. 아니, 그 전에 나는 그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빠른 걸음으로 급행 열차가 오는 시간에 맞춰 계단을 뛰어오르기 일쑤인 나는, 휴대폰 속 좁은 화면을 응시하느라 주변을 거의 둘러보지 않는 나는 아마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약한 사람만이 약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세계에 나는 살고 있으니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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