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m 대형홈런 맞고 바로 직구 승부, 20세 신인 첫 선발 맞나··· “누구한테 홈런 맞은지도 몰랐다. 상대 타자 이름도 안봤다”

심진용 기자 2024. 4. 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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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준호(20)가 23일 잠실 NC전 프로 첫 선발 등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스무 살 신인의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 상대는 ‘역대급’ 교타자들이 줄 잇는 NC 타선. 경기 전부터 한쪽으로 승부가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투구가 나왔다. 두산 최준호(20)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선발 첫 등판에서 대호투했다.

최준호는 23일 열린 잠실 NC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1실점만 했다. 2회초 박건우에게 맞은 1점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결과도 좋았지만, 내용은 더 좋았다. 1회 박민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출발했고, 손아섭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후로도 위력적인 투구가 이어졌다. 박건우에게 한가운데 직구를 던졌다가 비거리 120m 대형 홈런을 맞았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방금 직구를 던져 홈런을 맞은 신인 투수가 바로 뒷타자에게 초구부터 직구를 꽂아 넣었다.

최준호는 이날 5회까지 67구만 던졌다. 스트라이크가 47개, 볼이 20개로 경기 내내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졌다. 삼진 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개만 내줬다. 안타는 홈런 포함 2개 허용했다. 경기는 접전 끝에 두산이 4-3으로 이겼다.

경기 후 최준호는 “상대 타자 이름보다 (양)의지 선배만 보고, 요구하는 코스대로만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지 선배하고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굳이 빼는 공 없이 바로 승부하기로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 답지 않은 배짱이 특히 돋보였다. 최준호는 ‘박건우에게 홈런을 맞고 어땠느냐’는 말에 “솔직히 누구한테 맞았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대답에 MSG가 섞인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농담 섞인 질문에 최준호는 “그 정도로 집중했다”고 웃었다. 이날 최준호는 최고구속 151㎞를 찍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그만큼 구속이 나오지 않았는데, 팬들 앞에 서니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지금 두산은 선발난이다. 신인이지만 앞으로 몇 차례 더 선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최준호도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선발로 던지고 싶긴 하다”며 “기회만 온다면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직에 관계 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흔한 답변과 결이 달랐다. 솔직하고 당당했다.

최준호는 이날 1-1 동점이던 6회초를 앞두고 교체됐다. 투구수가 적어 1~2이닝은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더그아웃에서 첫 선발 등판인 만큼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첫 승이 기회를 놓쳤다. 첫 승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준호는 “살짝 아쉽긴 했지만, 아쉬워야 다음이 있다”며 “다음엔 더 잘 준비해서 첫 승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안북일고를 나온 최준호는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도 겹치면서 1군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 2번째 투수로 등판해 데뷔전을 치렀다. 4.1이닝 동안 3홈런을 맞으며 4실점 했지만, 삼진 6개를 잡아내면서 볼넷 1개만 내주는 공격적인 투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준호가 이날 깜짝 선발로 낙점받은 것도 17일 투구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최준호는 “앞으로도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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