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보조배터리서 희귀 금속 추출… 자원 재순환 확산 이끈다 [연중기획-대한민국 ESG 경영 리포트]

김건호 2024. 4. 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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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배터리 재활용 선도 LG유플러스
니켈·코발트·리튬 등 유가금속 재탄생
전기차 들어가는 양극재로 재활용돼
보조배터리 연간 600만개·1120t 팔려
20%만 추출해도 연간 60억 경제효과
재활용 의무 없어 규제 사각지대 놓여
2024년부터 전국 30개 매장서 수거 캠페인
대학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도 앞둬
“지속가능한 재순환 문화 정착시킬 것”

이미 수명을 다한 LG유플러스의 보조배터리가 육중한 설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까맣게 그을린 보조배터리가 다시금 한 차례 추가 공정을 거치자 고운 입자의 가루가 되어 나온다. 검은 모래 같은 가루는 다시 한 번 공정을 거쳐 니켈·코발트·리튬과 같은 희귀 금속으로 재탄생한다. 또다시 전지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희귀 금속은 전지 제조업체로 출발한다.

22일 찾은 경남 김해의 전지 재활용업체인 ‘이알’은 2차전지의 대표격인 폐보조배터리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전국에서 수거한 보조배터리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역할도 이알에서 담당한다. 이알은 △알칼리·망간 1차전지와 전기차용 2차전지 리튬배터리 등 폐전지 재활용 △폐유·폐유기용제 재활용 △소성 건조를 통한 폐유독물 처리 △폐촉매, 분진, 찌꺼기가 함유된 유가금속 회수 재활용 등을 주요 사업분야로 삼고 있다.
LG유플러스에서 수거한 폐 휴대용 보조배터리는 경남 김해에 있는 전지 재활용업체인 ‘이알’에서 리튬 등 희귀 금속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김건호 기자
업계에 따르면 보조배터리 재활용은 비교적 최근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일반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AA·AAA 건전지에서 망간·알칼리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이 대다수였지만, 보조배터리 사용이 본격화된 2019년 이후 보조배터리를 비롯한 2차전지에 대한 재활용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보조배터리에는 니켈·코발트·리튬 등 희귀 금속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금속은 해외 수입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재활용이 가진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424억700만달러에서 2040년 2089억3600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 리튬 등 유가금속으로 추출되는 2차 폐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에 들어가는 양극재의 주요 광물로 재활용돼 해외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또 배터리 재활용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도 배터리 재활용은 필수적이다. 유럽의 경우 배터리법이 시행되면서 2031년부터는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최소 비율이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으로 설정돼 이 같은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은 향후 2차전지의 마지막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간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조배터리는 약 600만개로, 약 1120t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보조배터리에서 약 20%의 희귀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폐보조배터리 재활용은 연간 약 6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와 한국전지재활용협회는 지속가능한 자원 재순환 체계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전국 30개 직영매장과 13개 사옥에서 휴대용 보조배터리 수거 캠페인을 전개했다. 1월과 2월 LG유플러스가 모은 배터리는 총 1만7000여개로, 그중 보조배터리를 포함한 폐2차전지는 약 3000개에 이른다.
휴대용 보조배터리는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로, 리튬·코발트·니켈·망간·구리 등 경제성이 충분한 금속물질로 제조된다. 분리 배출하지 못한 해당 금속자원들은 재활용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었다. 또한 폐보조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 있어 ‘폐전지 수거함’을 이용하는 등 안전한 수거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수거과정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와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자원 재활용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친환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보조배터리 수거 캠페인을 기획했다. 특히 전지가 생산, 수입업자에게 재활용 의무가 부여되는 반면, 보조배터리의 경우 재활용할 의무 없어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도 LG유플러스가 휴대용 폐보조배터리 수거 캠페인 및 재활용을 진행한 이유다.

캠페인을 통해 LG유플러스가 전국 직영매장과 서울 용산, 마곡 사옥에서 수거한 폐배터리는 지자체를 통해 1차 분류 공장으로 이동한다. 1차 공장에서는 배터리를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일반 가정용 배터리에서 망간·알칼리 등을 재활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1차 공장에서 재활용하지 못하는 2차전지(보조배터리 등)는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2차 공장으로 전달된다.

국내 대표 2차전지 재활용 공장인 ‘이알’에서는 1차 공장에서 수거한 폐보조배터리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한다. 폐보조배터리 재활용의 핵심은 기존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완전히 ‘방전’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2차전지에 남아 있는 리튬은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남아 있는 전력을 완전히 방전시키는 것이 재활용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이알은 폐보조배터리를 물속에 넣고(1차), 고온에 노출(2차)시키는 등 두 번에 걸친 방전작업으로 남아 있는 전력을 모두 없앤다. 이후에는 까맣게 그을린 배터리를 분쇄기에 넣어 고운 가루 형태로 만든 뒤, 희귀 금속이 포함된 ‘블랙파우더’와 금속이 포함되지 않은 고철가루로 분류한다. 희귀 금속이 포함된 블랙파우더는 제련 과정을 거치면 니켈·코발트·리튬 등 희귀 금속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배터리 제작에 활용된다.

LG유플러스는 올 1분기 진행한 폐배터리 수거 활동을 연간으로 확대해 지속가능한 자원 재순환 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재활용협회와 대학교 등 다양한 기관들과 함께 자원 재활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협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이홍렬 ESG추진실장은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의 일원으로서 스마트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보조배터리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자원 재순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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